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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ㆍ서비스 ‘유료 포비아’를 넘어라
-프리챌, 다음 한메일 … 인터넷 기업들의 유료화 실패의 역사
-전문가들 ”무조건적인 무료화 정책, 악수로 돌아와“
-젊은층 중심 변화의 움직임...”콘텐츠 질적 향상 관건“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2000년대 초반, 1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프리챌은 막 태동하던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최대 포털이자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100만개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됐고, 인터넷 시대의 여론은 매일 프리챌로 모였다. 미디어에서는 프리첼을 전도유망한 혁신기업으로 칭찬했다.

위기는 뜻하지 않는 데서 찾아왔다. 가입자 수가 예상보다 더 빨리 늘면서 운영비용도 예상외로 급증한 것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프리챌이 꺼낸 카드는 ‘유료화’ 였다. 월 3300원을 내면 최대 5개의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사용 가치를 고려할 때 유저들이 ‘3300원’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는 게 프리챌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1000만 가입자는 후발 포털업체로 이탈했다. 결국 프리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기업의 콘텐츠ㆍ서비스 ‘유료화’는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덩치가 커진 정보통신 기업들이 수익성 확대를 위한 ‘돌파구’로 유료화를 택하지만, 결국 소비자 이탈을 부르는 ‘악수’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기업이었던 다음은 지난 2002년 1000통 이상의 메일을 발송할 시, 1통 당 10원을 부과하는 유료정책을 시행했다. 유료화 도입에 불만을 가진 이용자들이 네이버 등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국내포털 1위자리를 네이버에게 내주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흐름은 한 단계 더 높은 정보통신(ICT)기술 기업들이 등장하는 4차산업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5000원을 추가 지급하면 택시가 즉시 배차되는 서비스를 도입하려했다가 소비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도입을 접었다. 게임 아이템, 메신저 이모티콘 구입에는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우리나라 유저들 이지만, 모바일 서비스와 콘텐츠 이용에는 유독 엄격한 시선을 보내온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광고ㆍ유료화를 통한 수익화 시도는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이 드는데, ‘무료’ 콘텐츠에 의존한 ‘광고수익’만으로는 버텨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가 대화창에 광고를 삽입하는 ‘비즈보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즈보드는 카카오톡 트래픽을 활용해 브랜드 광고를 할 수 있는 배너형 광고 상품이다. 한 달 광고비는 최대 20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수익모델이라는 분석과 동시에 카카오톡 이용에 불편을 느낀다는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CJ ENM도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이달 17일부터 유료료 개편했다.

5세대(5G) 통신 시대를 맞아 총 100억원을 투자해 1500여편의 증강현실(AR) 콘텐츠 제작을 계획하고 있는 LG유플러스도 향후 광고, 결제를 통한 콘텐츠 유료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속된 시도에도 국내에서 유료화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는 주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콘텐츠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기업들이 서비스 초기 단순히 고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조건적인 무료화를 도입하다보니 콘텐츠는 무료다는 인식이 문화로 정착돼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예고없는 유료화’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증폭 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서비스의 경우 무료로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몇 개월 무료 체험’ 등을 내걸어 유료 전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 시키는 면이 있다”며 “반면 국내는 무료 서비스만 앞세우다 어느 순간 유료화를 통보하듯 도입하니,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더욱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용자들사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결제 이용자가 올 들어 1월 107만명, 2월 114만명, 3월 153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또 대학내일20대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34세 소비자 중 최근 6개월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해본 비중이 89%에 이른다.

위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좋은 콘텐츠는 돈을 지불해 보겠다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라며 ”결국 관건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이라고 덧붙였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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