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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 후 한 달…자살예방 ‘골든타임’ 있다
자살기도자 자살위험률, 일반인의 20~30배
절반이상 “1개월 내 다시 기도할 계획” 응답

복지부·자살예방센터 사후관리사업 시행결과
상담·심리치료 등 한달 집중케어에 자살률 뚝
관리서비스 4회 접촉 시 위험도 5.7%로 급감


자살을 한 번 시도했던 사람은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아 한 달 정도 사후관리를 하면 자살 생각을 떨쳐내는데 도움이 된다.

# 경북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지난 2월 경제적 궁핍상황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일찍 발견돼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김씨 부모는 모두 정신과 치료 중이었고 유일하게 의지하던 형은 재작년 자살로 사망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치료비조차 마련할 수 없었던 김씨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거주지 인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장기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줬다. 김씨는 “그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죽고 싶은 생각 밖에는 안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사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은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살아볼려고한다”라며 삶의 의지를 다잡고있다.

통계적으로 자살률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살 고위험국이다. 특히 한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이런 자살시도자를 적어도 한 달간 집중 관리하게 되면 자살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있다.

과거보다 자살자수 줄었지만 자살률 OECD국가 중 2위=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최근 발간한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2463명으로 2016년 1만 3092명 대비 629명(4.8%)이 감소했다. 자살률은 2017년 10만명 당 24.3명으로 25.6명이었던 2016년에 비해 1.3명(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 수가 1만5906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1년과 비교할 때 2017년 자살자 수는 3443명이나 감소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했는데 특히 60대의 자살률이 2016년 34.6명에서 2017년 30.2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OECD회원국 간 자살률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58.6명으로 OECD 회원국(평균 18.8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2017년 자살률은 2016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살시도자 37% “죽을 마음 없었지만 충동적으로 시도”=자살시도자 대부분은 심신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2016~2018년 동안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3만819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살시도자의 52%가 음주 상태였으며 87.7%는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특히 자살시도의 이유에 대해 37.3%가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답해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라고 응답한 34.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정말로 죽을 마음은 없었지만 충동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2013년 자살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시도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20~3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런 자살시도자들을 잘 관리만 하면 자살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자살시도 후 한 달 간 관리했더니 자살 생각 사라져=이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병원 내 응급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사례관리팀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조직하고 응급실을 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치료, 상담 및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2~3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으로 구성된 팀이 자살시도자를 최소 한 달간 집중 관리를 하는데 의료급여 1~2종 수급권자, 자살 재시도자, 자살 유족 등에 대해서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연계해 치료비를 지원한다.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후에는 전화 및 방문을 통한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등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자살 재시도를 막는다.

실제 이 사업이 시작되고 자살률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후관리 서비스에 접촉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자살위험은 보다 낮아졌다. 전반적 자살위험도 변화를 살펴보면 자살위험도가 높은 경우 1회 접촉 시 14.1%(1543명)에서 4회 접촉 시 5.7%(626명)로 감소했다. 자살생각이 있는 경우는 1회 접촉 시 23.6%(2848명)였으나 4회 접촉 시 13.3%(1597명)로, 자살계획이 있는 경우는 1회 접촉 시 3.1%(368명)에서 4회 접촉 시 1.6%(189명)로 감소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자살시도자 절반 정도가 1개월 이내 자살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 있다고 답할 만큼 자살시도 후 한 달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에 해당한다”며 “자살시도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파악하고 정신과 상담, 의료비 등 개개인에 맞는 필요한 지원을 했을 때 자살 생각을 다시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예방하게 되면 자살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응급실 기반으로 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은 자살시도자들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고 사회 안전망을 통해 치유를 제공하는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열ㆍ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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