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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美 밉다고 韓 기업압박, 대국 답지 못한 중국
‘협력 동반자’ 등 우아한 외교 프로토콜의 막후엔 국익을 챙기려는 나라 간 신경전이 경제 등 다방면에서 감행된다. 그래서 외교 전문가들은 “말들은 저렇게 해도, 뒤로 가면 ‘담임 교사 없는 초등학교 5학년 교실’ 같은 것이 외교”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외교 과정에서 말까지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쓰면, 그것은 선전포고이다. 외교의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이익 추구’과 ‘상생 평화’의 양립을 도모하는 생래적, 필요적 모순이다.

많은 현자들은 “겉과 속이 다른 유연(柔軟) 외교를 하라”고 충고한다. 서방이 안팎의 숱한 전쟁을 거치면서 수백년 견지해온 모습이다. 과거 우리 외교는 겉과 속이 같고 순진했다. ‘겸손’의 외교 수사를 하고는 실속을 챙겨야 하는데, 그냥 다 내어주는 우(愚)를 범한 경우가 많았다.

중국 역시 겉과 속이 같은 외교를 해왔다. 이른바 ‘터프(tough) 외교’이다. 후진타오 집권기에 잠시 경제 고도성장을 위해 ‘유연 외교’ 행보를 보였지만, 어느 정도 국제정치적, 경제적 성과를 거둔 이후 집권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다시 ‘대국론’을 앞세우며 터프 외교의 길을 걷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 등 개발 잠재력이 큰 지역에는 동정심으로 혹은 경제 선점을 목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도,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인접국에 군림하려 하고, 맘에 안들면 보복하며, 서방에도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

‘G2’라는 용어가 쓰이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고자세를 보였다. 선 굵은 듯해 보이기도 한 그의 ‘터프 외교’는 시 주석 개인의 자신감과 경제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힘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유연한 외교를 견지하던 미국에 ‘터프 외교’를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시 주석의 전략이 꼬이기 시작한다. 강(强) 대 강(强) 충돌이다.

작금의 두 나라 모습에서 보듯, 외교적 수사 조차, 칼날 처럼 상대를 겨냥한다. 이는 전쟁이다. 그래서 요즘 미중 간 경제전쟁을 ‘신 냉전’이라 부른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진핑 정권은 적잖이 당황해 한다. 힘의 대결은 경제력, 우군동원력, 군사력으로 나타난다. 말로 하다 안되면 바로 완력을 쓰는 초등학교 5학년 교실 같은 국면이다.

‘G2’라고는 하지만, 현재로선 중국이 여러 면에서 미국을 당해내기 어렵다. 중국은 점점 수세에 몰린다. 중국내 서방ㆍ친미 국가 기업들을 추방하자니 자기도 망한다. 주중 미국인보다 주미 중국인이 훨씬 많다. 요즘 중국은 관세보복, 희토류 공급제한 카드를 만진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국 ARM 등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에 협조 말라’는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한국으로선 당혹스럽다.

불과 몇 일 전인 6월7일, 시 주석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개방적 다원주의적 세계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개방을 확대하고 시장 진입을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평소 “중국은 겸손하게 학습하는 대국(大國)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미국이 밉다고, 뒤에서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대국 답지 못하다. 차라리 ‘유연 외교’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첩경일지도 모른다. 

함영훈 산업섹션 선임기자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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