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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상인이 꿈꾸던 통일, 붓질로 담아내다
우석 최규명 탄생 100돌 서예·전각 특별전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 박물관서

‘작가의 생애’ 통일 키워드 4부로 구성
필묵 추상·전통 행초서 등 120점 전시

“문자 구조·게슈탈트의 창조적 파괴자
미래 書의 길 제시한 100년 작품세계”


우석 최규명, 보월(步月), 119x122cm, 지본수묵, 1980년대 중반 제작 [우석재단 제공]

“아버지는 어떤 정치적 동기나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주 국가와 민주화 사회에서 소시민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그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 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셨습니다. 그 순수성이나 용기는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석재단 이사장 최호준)

‘서단의 아웃사이더’ 우석(又石) 최규명(崔圭明)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우석재단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우석 최규명(1919~1999) 탄생 100주년 서예ㆍ전각 특별전 ‘보월(步月), 통일을 걷다’를 오는 30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우석의 아들이자 우석재단 이사장 최호준(전 경기대 총장)과 근원 김양동(계명대 석좌교수), 이종목(이대 동양화과 교수), 이동국(서예박물관 큐레이터)의 참여로 기획됐다.

우석은 1919년 개성에서 당대 한학자이던 석전 최치훈 선생과 허란 여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항일군자금으로 가세가 기울자, 그는 초년부터 생업에 뛰어들었다. 양말공장 인수에서 시작해 신영극장(현 아트레온 전신)까지 운영한 성공한 사업가다. 사업을 하면서도 전각과 서예에 몰두하며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1년에는 고미술시보 ‘순간’을 창간하기도 했다. 

‘서단의 아웃사이더’ 우석 최규명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보월(步月), 통일을 걷다’가 오는 6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우석제단 제공]

우석은 시대의 엄혹함을 온 몸으로 체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1979년 8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동성중학 교사들에게 한국현대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 이 사건이 무죄로 판명된 것은 우석이 세상을 떠난 뒤 20년 가까이 지나서다. 지난 2018년 8월 반공법 위반 무죄를 최종 선고 받았다.

전시는 이같은 우석의 생애를 따라가며, 크게 4부로 나뉜다. ‘통일’을 키워드한 1부 ‘보월, 백두한라’, 2부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3부 ‘파라다이스’, 4부 ‘나를 이기다’로 구성되며, ‘일자서’, ‘대자서’, ‘파체서’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서(書)와 필묵추상, 전통 행초서ㆍ전예작품, 서예ㆍ전각 합체 작품 등 총 120여점을 선보인다. 주요 전시 작품은 ‘산홍산’, ‘금강산’, ‘고려’, ‘산’, ‘반핵’, ‘주체’, ‘인내천 천내심’, ‘자강불식’, ‘협’, ‘보월’ 등이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큐레이터는 “우석은 문자구조·게슈탈트의 창조적 파괴자로, 조형과 내용 양면에서 작가가 실존하는 시대의 아픔인 ‘통일’ 문제를 평생에 걸쳐 역사 전통으로 무고(撫古)하고 염(念)하면서도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오히려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열망이라는 실존 문제를 정면으로 녹여내고 있어 전통 서예와도, 일본 전위서도와도, 서구의 순수추상미술과도 차별적”이라고 분석했다.

근원 김양동은 “어떤 계보에도 걸림 없이 무수한 내공으로 육화된 충동적 본능의 덩어리, 무의식의 세계를, 자생적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려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붓 한 자루의 조형성으로 표현한, 한국 서단에 전인미답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평했다.

우석재단 측은 “우석은 개성이 고향으로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남북분단’을 온몸으로 겪어 온 세대이고, 그러한 시대에 개성 상인이자 20세기 한국 서단의 아웃사이더로 고독한 필묵 투사이자 독보(獨步), 독선(獨善)의 통일작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래 서의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우석 100년의 작품세계를 만나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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