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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책은 ‘미래와의 대화’…‘선순환 인적교류’ 경주해야죠”

  • 기사입력 2019-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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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난민문제 법률 전문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외국인 200만명시대, 변화환경 맞춰 제도도 섬세하게 재조정돼야 ”


차규근 본부장은 27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이 적었을 때 만들어진 제도가 많다, 200만 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는 변화환경에 맞춰서 섬세하게 재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벙아완 솔로 리와얏무 이니 세다리 둘루 자디 페르하티안 인사니…”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과 현지 이민청장과의 회담장에서는 외국 민요 ‘벙아완 솔로’가 울려퍼졌다. 익숙치 않은 발음으로 현지 노래를 한 사람은 차규근(51ㆍ사법연수원 24기)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다.

“2017년 11월 우리나라 첫 회담 만찬 때였습니다. 우리 교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한국으로 출국할 수 없는 사연을 인도네시아 이민청장에게 말하면서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더니 귀국하자마자 그 교민이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줬죠. 사실 이 사안은 당시 회담의 정식 의제로 되어 있던 사안도 아니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이민청장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처리해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신속하게 처리해준 거죠. 공직자로서 많은 보람도 느꼈어요. 제 요청을 귀담아 들어준 게 고마워 발리에서 두 번째 회담할 때 벙아완 솔로라는 노래를 외웠습니다. 현지 노래를 부르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외교적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달 후인 2018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해외 주재관 회의가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차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국적·난민 문제 법률 전문가다. 지난 2006년 개방직으로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으로 임용돼 5년동안 재직 했다. “일본 유학을 마칠 때 즈음 마침 지인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법무부에서 개방직을 모집한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5년 임기였으면 안했을 거에요. 2년이라길래, 그 정도면 낯선분야 경험해봐도 좋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보람있는 일도 많이 있더라고요. 주무부처 과장자리가 상당히 많은 일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됐죠.”

2012년부터는 법무법인 공존의 대표변호사로 일하다가 2017년 9월 본부장 직을 맡았다. ‘법무부 탈 검찰화’ 정책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국적, 난민과장을 맡기 전에는 국제거래관계나 조세, 특허 관련해서 여러 군데 활동을 했어요. 그때는 변호사로서 실력을 갖추려던 시기였죠. 국적난민과장으로 일하던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외국인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초기 단계에 있었다면 지금은 외국인의 사회통합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됐죠.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많이 유입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나 갈등 등을 관리하면서 공존과 통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구체적으로 하게 됐어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귀화인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차 본부장은 차별 못지 않게 역차별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사회통합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제화와 함께 다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는데 국민 역차별 논란도 적지 않아요. 다문화가정은 결국 국제결혼을 한 가정을 의미하는데, 소득을 불문하고 지원을 해주는게 많죠. 그래서 일반 국민보다 소득수준이 높은데도 왜 지원을 해주냐는 지적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다문화’라는 표현 자체가 우리 국민과 다문화 가정을 구분하기 때문에 ‘왜 우리를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냐, 이건 차별이다’라고 말하는 다문화가정도 많죠.” 지난달에도 법무부 주도 하에 범정부차원에서 균형잡힌 다문화지원정책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렸다.


외국인 근로자문제도 어려운 과제다.“2000년에 50만 명이던 체류 외국인의 수가 2018년 240만 명으로 단기간에 급속도로 증가했어요. 체류외국인이 적었을 때는 국민과 외국인 사이의 갈등도 적었고 비교적 온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선 현장, 특히 건설현장에서는 많은 외국인의 유입으로 일자리를 뺏기고 있어요. 외국인 때문에 월급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매우 커진 상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체 관계자들이 ‘내국인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 ‘월급을 좀 더 높여서 구인노력을 해도 우리 국민들은 일하러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며칠 안 있다가 떠나버리고 만다’고 하소연을 하고 합니다. 이런 상반되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엄연히 공존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커져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권문제로 마냥 다룰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죠. 국민과 외국인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난민ㆍ외국인 정책은 항상 양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성장한 만큼, 떠안아야 할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 반면 외국인 유입에 따른 국민 정서나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이상 감성으로 일할 수는 없어요. 개개인을 보면 딱한 부분이 있지만, 본부의 기본 사명중 하나가 국경관리에요. 차가운 머리로 업무를 가져다 볼 수밖에 없죠. 나라마다 난민정책이 다르고 역사적, 정책적, 지리적 환경이 달라요. 경제적 이주민과 난민협약 상 보호대상인 난민을 구별도 해야 하고요. 난민은 인권의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인권만의 문제는 아니며 국경관리, 국민의 안전, 우리의 미래와도 관계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은 하되, 국민이 공감하며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해요.”

차 본부장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책을 읽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아 센의 ‘정체성과 폭력’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는 “이주민이 많아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것인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사비를 들여 책을 여러 권 구입해 함께 일하는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선물도 했다. 책에서 아마티아는 민족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것을 경계한다. 그런 이미지에 의해 단순화된 정책이 마련되면 결과적으로 특정 민족을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예를 들어 이민자를 위한 전용 기숙학교를 마련하는 정책은 사회에서 배려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와의 단절을 불러올 수도 있다. “책에 있는 문구를 인용해보면, 종교와 민족, 문명, 문화 등 어느 하나의 정체성에 의거해 자신을 또는 타인을 바라볼 때,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진 인간의 존재는 끔찍하게 축소되고 만다고 합니다. 우리는 다른 개별적 소속 관계를 무수히 맺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차 본부장에게 이민정책은 ‘미래와의 대화’다. 국제화와 저출산의 시대에서 이민정책만큼 우리사회의 미래국부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가간 인적교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불법체류나 단속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외교적 협의를 통해 출신국가 당국과 그 나라 국민들이 합법적 범위에서 오고갈 수 있도록 MOU(양해각서)를 적극적으로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질서 있는 이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당국가와도 계속 협력해서 선순환의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경주해야죠.”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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