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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가구=취약계층’…혼자라서 무섭고 더 우울
-비자발적 1인가구, 고립과 빈곤이 문제
-여성가구, 생존권 위협 가능성 더 높아
-다인가구보다 외로움도 더 많이 느껴

1인가구 고독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1인가구가 살고 있다. 한때 별종으로 여겨졌던 1인가구가 지금은 주변의 평범한 이웃주민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비자발적 1인가구들이 마주한 공통의 문제는 사회적 고립과 빈곤이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의 65세 이상 1인가구의 75%는 여성이며 고령 1인가구의 증가는 사실상 여성 고령 1인가구의 증가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성 고령 1인가구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쟁점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슈가 사회적 고립 문제이다. 여성 고령 1인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적 자립성이 낮으므로 사회적 고립의 가능성이 더 크고 고립이 발생할 경우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여성 단독가구는 나이를 불문하고 심각한 안전 문제와 차별에 노출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안전이야말로 건강 이전에 가장 기보적인 생명권 문제인데 이조차 위협받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여성 한모 씨는 1인가구 7년차다. 한씨는 “집이 외진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못하고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도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사실 배달음식을 시켜도 배달원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조심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씨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거주 1인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는 안전(성폭력ㆍ범죄)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비율이 11.2%로 남성 1인가구(0.8%)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청년 여성의 경우 안전 불안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21.7%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1인가구라는 삶의 양식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선택지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쉽게도 ‘1인가구=취약계층’이라는 공식이 굳어져가고 있다. 빈곤과 열약한 주거환경은 결국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1인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장애나 만성 질병, 응급 상황에 직접적 돌봄이나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동거인의 부재는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외로움을 더 경험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의 2018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실태조사 등을 살펴보면 1인가구의 외로움 평균값은 2.44점(4점척도)으로 전체 외로움 평균인 2.33점 보다 외로움 강도가 높았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건강 위해 행동(술, 담배, 활동없음)이 늘고 이러한 행동들은 사망률을 높인다고 한다.

1인가구 가운데 가장 위험한 집단은 별거ㆍ이혼ㆍ사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로움, 우울, 관계만족에서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 강도도 높다. 아내와 사별 후 15년째 혼자사는 50대 강모 씨는 이웃이나 가족과의 교류가 없어 늘 고독사를 걱정한다. 강씨는 “가끔 뉴스에서 수개월 방치돼 무연고 고독사로 마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남일 같지 않다”며 “만약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쓰러진다면 주위에서 119에 연락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외롭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인가구의 문제는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이제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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