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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장자가 이재웅·최종구 설전을 보았다면…
장자(莊子) 잡편을 보면 공자(孔子)가 숨은 현인인 어부를 만나 가르침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어부는 걱정거리(患)를 만드는 원인을 네 가지로 분석했다. 큰 일을 해내려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까지 바꾸며 공명을 얻으려는 욕심(), 지식을 내세워 남의 것까지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탐욕(貪),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충고를 들으면 더 잘못을 하려는 포악함(), 내 뜻과 다르면 아무리 옳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矜)이다.

어부는 인간의 여덟 가지 흠결(疵)도 경계한다. 제 할 일이 아닌데 주제 넘게 끼어드는 외람됨(摠), 외면하는 이에게 끝까지 진언하는 간사함(), 남의 뜻에 맞도록 말을 이끌어 가는 아첨(諂), 남의 악한 점을 얘기하기 하는 참해(讒), 남들의 사이를 이간하는 해침(賊), 속임수로 남을 위험에 밀어 넣는 간사함(慝),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 받아들이며 원하는 것을 이루는 음험함(險)이다.

어부는 공자에게 이 같은 흠과 품성을 가진 이와는 어울리지도 말고, 정치를 맡기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다음(daum) 창업자로 지금은 쏘카·타다를 경영하는 이재웅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설전(舌戰) 이 논란이 됐다. 이른바 ‘승차공유’서비스를 두고 쏘카·타다와 택시업계간 갈등이 발원이다.

이 대표는 최근 ‘타다’에 반대하다 기사가 사망한 사건에 “(택시업계는)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혁신의지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홍 부총리가 공격을 당했는데 주무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아닌 최 위원장이 나섰다. 최 위원장은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하시나”라고 재반격하자, 최 위원장은 “비아냥 말라”고 받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택시와 쏘카 간 대립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의 도래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산업혁명도 인터넷혁명도 수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이해관계의 재편을 가져왔다. ‘4차 혁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들은 수많은 일자리를 위협하고,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강제할 것이다.

갈등을 원만히 풀어가려면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 혁신을 하겠다는 쪽에서는 욕심과 탐욕을 경계하고, 포악함과 고집을 눌러야 한다.

출발은 대화다. 여덟가지 흠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말’과 관련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에서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인들 스스로를 돌아보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혁신이라 자부하는 것들이 자칫 진짜 새로운 것이 아닌 또 다른 모방은 아닌지, 정작 인간이 바탕이 되어야 할 ‘공유’ 대신 ‘수익’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닌지다. 경제활동에 ‘공유’를 붙이려면 그에 어울리는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갖는 지에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조정은 정치 본연의 역할이다. 지금의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겨 자신들의 이해만 채우고 있다. 여덟가지 흠결을 아주 두루 갖췄다.

끝으로 열자(列禦寇))의 가르침으로 맺는다.

“사물의 지식에 통달한 사람은 작지만, 삶의 실정에 통달해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홍길용 IB금융섹션 에디터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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