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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소득 3만달러에 걸맞은 에티켓이 아쉽다
서울 광화문의 퓨전 일식집. 15석 남짓의 작은 음식점은 그날따라 텅 비어 있었다. 모두 세팀을 예약받았는데 8명 짜리 팀이 펑크를 낸 것이다. 주인은 당일 오전 10시에야 취소 통보를 받았는데, 그마저도 확인 전화에 대한 답변이었다며 잔뜩 울상이다. ‘노 쇼’였다. 이 집은 이날 점심 장사를 반 이상 공쳤다.

한 새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목욕탕. 아빠들이 데려온 남자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뛰어다닌다. 눈살이 찌푸려지는데도 아빠들은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바로 옆 여탕에는 개인용품을 샤워부스에 잔뜩 올려놔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 주저하게 만든다.

헬스장 러닝머신의 손잡이에는 땀이 흥건하다. 아파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층간소음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좌우 주택이 밀집한 1차선 도로에서 흔히들 자동차 경적을 울려댄다. 이는 아쉬운 운전 에티켓의 극히 일부일 뿐인다.

한 식당에는 회식인 듯한 수십명의 젊은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친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괴성까지 지른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의 임원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제지는 커녕 다가오는 폭탄주만 마셔준다. 급기야 “대체 회사가 어딘가, 예절 교육도 받지 않는가”라는 참다못한 한 손님의 일갈에 다들 놀란 표정이다.

‘워라벨’에 나들이객은 부쩍 늘었지만 레포츠에서도 에티켓은 아쉽다. 캠핑장에 도착한 한 캠핑족은 바로 옆 정자에 해먹부터 펼친다. 정자를 혼자 쓰겠다는 심보다. 자전거 음주 운전도 처벌받는데 한강 둔치에는 막걸리 몇 잔의 유혹을 못 이기는 라이더들이 여전하다.

지하철은 그나마 낫다. 임산부나 노약자를 위한 자리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쩍벌남’이나 다리를 꼰 여자도 거의 없다. 백팩도 조심스레 멘다. 워낙 계도를 많이 한 탓이라 여겨진다.

최고의 꼴불견은 다름아닌 국회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3만달러는 커녕 최빈국 수준이다. 언어의 품격은 사라진지 오래다. 시정잡배라는 말 까지 듣는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은 왜 이리 막말을 예사말처럼 하는지 연구 논문마저 쓰고 싶어진다.

우리나라가 대망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경제 외형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해외여행객도 소득이 높아진 만큼 급증했다. 숨 막힐 듯한 일본의 예의범절, 인사성 밝은 서구인들, 해외에서 흔히 접한다. 귀국하는 순간 ‘한국적’ 생활에 다시 빠져든다. 자기 것에 대한 집착, 남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행동, 지독한 개인주의의 사례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장기간 입시와 입사를 위한, 취업후에는 성과를 위한 교육만이 있는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폐쇄된 아파트 생활문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만 들어가면 된다는 인식,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 때문이 아닐까도 여겨진다. 타인에 대한 배려, 약자를 위한 봉사정신 등 선진 덕목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몸까지 던져가며 남을 돕는 의인들이 적지 않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일상의 에티켓이다.

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는 에티켓. 가정과 학교, 회사, 사회에서의 반복된 교육과 계몽,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kim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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