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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터가 된 여성의 몸]생명살상 vs 여성 선택권…美, 낙태 입법화 ‘프레임 전쟁’
앨라배마주 초강력 낙태금지법 논란 재점화
30개 주는 ‘불법’·20개 주는 ‘일부합법’ 상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합법화 길 열려
“낙태는 국가가 침해할 수 없는 사생활” 결론
2007년 ‘부분출산 낙태’ 잔인성 이유로 금지


앨라배마 출신으로 맨해튼에 살고 있는 안젤라 프레몬트가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AP]

‘생명 옹호’(pro-life) 대(對) ‘선택권 지지’(pro-choice). ‘낙태’ 논쟁은 곧 ‘프레임’ 전쟁이다. 최근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낙태 찬반 집회에선 ‘낙태’(abortion)이라는 단어보다는 생명, 선택, 인권 등의 단어가 더 많이 쓰인다. 낙태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낙태=생명살상”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거세게 확산하고 있는 낙태 합법화 지지 진영에선 낙태가 여성의 선택권인 것은 물론이고 “낙태의 합법화가 안전하고 건강한 시술과 처치로 유도해 여성의 건강 출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가 최근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한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초강력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이처럼 미국에서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재차 확산되고 있다.

‘앨라배마 낙태금지법’은 임신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빼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낙태를 행하는 의사들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어 조지아, 켄터키, 미시시피, 오하이오주 등은 태아의 심장박동이 인지되는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주리주는 성폭행, 근친상간과 관계없이 임신 8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지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어, 조지아주 등의 낙태금지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미국 CNN방송은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은 올 11월에, 조지아주의 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법안의 실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낙태권리 지지 집회 중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AP]

이에 비해 뉴욕은 올 초 ‘로 대 웨이드 사건’ 46주년을 맞아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낙태를 행하는 의사나 의료 전문가들을 형사 기소하지 않도록 한다. 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최근 낙태 지지법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나섰다. 주내 모든 공립대학교의 학생건강센터에 임신 초기의 비수술적 낙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된 약물을 비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미국이 처음 독립했을 때는 대부분의 주들이 임신 후 15~20주 후에 촉각, 즉 태아의 움직임이 시작된 후에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았다. 1803년 영국에서 엘렌버러 경의 법률로 낙태가 법으로 불법화됐고, 미국에서는 1820년대부터 다양한 낙태방지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낙태 논쟁이 촉발된 계기는 ‘로 대 웨이드’ 소송 최종 판결이 내려진 1973년 1월23일이다.

당시 텍사스주에 살던 노마 매코비(가명 로)는 셋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 시술을 받으려 했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주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로의 상대는 텍사스주 검사 렌리 웨이드였다.

대법원은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 법령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낙태와 낙태권리 문제는 국가에 의해 침해되지 않을 권리라는 의미에서 ‘사생활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결론지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과거의 모든 낙태 관련법을 무효화하고, 낙태의 가능성에 대한 지침을 새로 정했다. 이날은 미국의 낙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뀐 날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낙태는 완전히 불법이었다.

정확히는 30개주에서 낙태가 불법이고, 20개주에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 어머니의 건강 위협 등 특정한 상황에서만 합법적이었다. 다만, 1970년 하와이는 여성의 요청에 따라 낙태를 합법화 한 최초의 주가 됐고, 뉴욕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했다. 워싱턴에서는 임신중절 합법화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낙태를 합법화했다. 알래스카에서도 비슷한 법이 통과됐다.

‘로 대 웨이드’ 사건 이후 2007년에는 낙태에 관해 일부 금지를 허용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분출산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곤잘레스 대 칼하드’ 판결이다. 대법원은 ‘부분출산 낙태’를 금지하고, 법을 어긴 경우 최고 2.5년의 징역형을 받도록 규정했다. 부분출산 낙태시술은 임신부의 자궁에서 태아 머리를 끄집어낸 뒤 사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방법이 잔인하고 일종의 ‘영아 살해’에 해당하므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이 시술이 불가피하며,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고 안전한 시술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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