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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사랑의 매’…찬반 엇갈리는 부모
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면 안돼”
“훈육위해 필요…국가 강제 지나쳐”

전문가 “체벌, 아이 ‘소유’ 인식 때문
친권자 징계권 조항 폐지 필요”


정부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않도록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을 손보기로 하면서 각 가정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라도 체벌은 안 되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훈육은 가정의 몫인데 정부가 부모의 체벌 금지까지 강제하는 건 지나친 개입이라는 입장도 있다.

23일 보건복지부ㆍ교육부ㆍ법무부 등이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는 가정 내 체벌을 없애기 위해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민법 제915조에서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징계권’이 그동안 체벌의 ‘법적 근거’가 돼 왔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체벌 금지를 찬성하는 부모들은 체벌은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주장한다.

8세와 5세 자녀를 둔 30대 장모 씨는 “아이는 물리적으로 이미 어른들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소리지르는 것만으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이들은 약자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세와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도모 씨는 “체벌로 훈육을 한다는 건 아이들을 엄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폭력에 일시적으로 굴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폭력에 민감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런 규정이 없어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은’ 체벌이 결국 학대로 이어지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교사 김모 씨는 체벌이 금지된다는 기사를 아이랑 함께 보고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두 대가 세 대가 되고 그랬다. 가끔 화가 폭발할 때가 있지만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포에 사는 워킹맘 김모 씨는 “체벌은 절대 안된다”고 못박으며 “체벌 금지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체벌권’은 때리는 권한인데 아동학대와 체벌을 구분 짓는 선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체벌 금지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훈육을 목적으로 하는 체벌은 필요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 이를 강제하는 건 과하다는 게 이유다.

13세와 11세 아들을 키우는 서모 씨는 “작은아들이 말썽을 부려서 어제 저녁에 혼냈는데 뉴스를 보고 ‘얘를 이제 어떻게 키워햐 하나’ 생각이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체벌이 필요할 때는 과하지 않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8세와 5세 딸을 키우는 워킹맘 장모씨는 “훈육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에서 하라마라 하는 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말을 너무 안들어서 엉덩이를 때리면 그건 체벌이 되는 건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할 건가”라며 체벌 기준의 애매함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체벌이 아이를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변호사는 “체벌에 대해 생각할 때 처음 보는 옆집 애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원에서 만난 옆집 애가 마음에 안 든다고 꿀밤을 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체벌을 못하게 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자녀를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면서 “타인을 때리는 건 범죄인데 자식한테는 허용되도 된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체벌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 변호사는 “‘징계권’ 조항을 없애면 된다. 이미 양육에 대한 부분은 양육권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대물림 되기 때문에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라도 법적인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기윤 기자ㆍ김민지ㆍ박자연 인턴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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