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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버닝썬 사건, 미성숙한 한국사회의 상징적 단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이 결국 별 소득 없이 경찰조사가 마무리됐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에 비하면 경찰의 조사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사건의 주연 격인 빅뱅의 전 멤버 승리와 경찰과의 불법유착, 불법촬영, 동영상유포, 성접대 파티, 성매매 알선, 모 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와 탈세의혹 등의 소문에 대해서 명백하게 밝히지 못한 듯 하다.

클럽에서 경찰에 성폭행 신고를 해도 현장 확인도 하지 않고 돌아가거나, 폭력으로 신고한 사람이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한 사실을 보면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권력과의 유착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마약거래상들은 경찰에 검거되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의 마약중독자 리스트만 알려주고, 형을 감량 받는다고 한다. 부자들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명단은 보호하는 대신 마약거래상들이 감옥에 갔을 때 그들이 뒤를 봐준다고 하니,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가 아닐 수 없다.

버닝썬 사건은 성, 권력, 마약의 3종 세트가 패키지인 현대사회의 끈적한 쾌락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지그프리드 프로이드는 일찍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는 리비도라고 하여 성적흥미나 욕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리비도적인 충동을 통해 쾌락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라고 하였다. 버닝썬의 권력과의 유착은 인간의 성적 욕망충족을 한층 더 강화시킨 측면이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쾌락을 더 쉽게 느끼는 방법으로는 마약이 있다. 과거 연예인이나 특정 계층에서 은밀하게 즐기던 마약은 지금은 버젓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가 되어 가정주부, 대학생 등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수는 인구 10만명당 25.2명이라고 하니, 마약청정국은 옛말이다. 마약의 가장 문제점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고, 한번 중독이 되면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 뇌에는 쾌락과 관련된 부위가 존재한다. 이 부위를 찾기 위한 동물연구에서 미국 심리학자 올즈(J. Olds)와 캐나다 신경학자 밀너(P. Milner)는 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었다. 그러자 생쥐가 음식이나 물을 전혀 마시지 않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쾌락중추’(pleasure center)라고 명명됐다.

사람에게도 쾌락중추가 있는데, 주로 변연계(limbic system)라는 신경회로에 존재한다. 이 회로는 쾌락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계로 보상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 부위를 자극하면 보상이 오기 때문에 점점 더 그 자극을 원하게 된다. 마약은 변연계에서 도파민을 분비해 쾌락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다.

다시 프로이드의 이론을 빌리자면, 우리의 마음은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ego)로 구성돼 있다. 자신의 쾌락이나 즐거움을 위해 하는 행동인 본능인 이드와 그 행동이 사회적 가치기준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초자아인 슈퍼에고, 그리고 이를 적절히 조율해 현실적인 행동을 하도록 에고(자아)가 작동한다. 이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본능은 뇌 깊숙이 존재하는 변연계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신경네트워크, 초자아는 뇌의 바깥 부위인 피질, 그리고 자아는 외부세계인 환경과 적절한 행동을 하게 하는 안와전두엽과 관련이 있다. 뇌 피질부위는 주로 뇌의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자극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하등동물일수록 본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고등동물이 될수록 전두엽이 점점 커져 뇌 하부에서 오는 자극을 적절히 억제하는 힘이 커지게 된다. 즉,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것 보다는 이를 통제하고 억제해 주위 환경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잘 유지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버닝썬 사건은 욕망이 지배하는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좀 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 욕망을 적절히 억제하게 하는 사회 전체적인 규범과 질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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