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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준의 전술적 자산배분] 美中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혼란스러울땐 펀더멘털에 집중을
미ㆍ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월 말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 이후 양국은 퇴로를 찾기 어려운 강경한 발언들을 주고받는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내뱉고 있으며, 중국 내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협상 결렬 직후 류허 중국 부총리는 “중국은 원칙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과 존엄성, 국가 핵심이익’ 등을 언급하는 등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관영언론들은 연일 “무역전쟁은 인민의 전쟁 (People’s War)”이라고 규정짓고, “미ㆍ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처럼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중이다.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하반기처럼 주식 등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매력도를 즉시 낮추거나 현금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관세인상이 2019년 양국의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 KB증권 매크로팀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산 수입품 관세 25% 인상에 따른 2019년 성장률 하향조정 폭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에 그친다. 즉 2018년과 같은 경기침체 공포가 별로 없다.

둘째, 그러나 2020년부터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250억 달러에도 관세가 부과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2020년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약 0.1%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치지만, 중국경제는 -1.0%포인트가 넘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을 빠르게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나머지 3250억 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와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약 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다만 나머지 325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장난감, 스포츠용품, 신발, 의류, 전자제품 등 소비재 비중이 72%에 달해 관세에 의한 제품가격 인상은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소비재 가격 상승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도 부담이다.

넷째, 그렇다면 남아있는 대중국 압박 카드는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와 자금공급 차단이다. 2018년 중국기업 ZTE에 대한 제재는 최근 화웨이에 대한 핵심부품 공급 차단과 유예기간 설정 등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반도체 및 IT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이 각각 80%, 50%가 넘는 상황에서,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기술주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2018년 4분기에는 중국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미국의 대형 기술주의 급락으로 전이되면서 미국 S&P500지수가 20% 넘게 폭락했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조절하도록 만들 것이다.

다섯째, 나머지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와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조심스럽다면, 현실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미국의 압박 카드들은 대부분 나왔다. 무역분쟁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양국은 각각 내수부양책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심리위축을 방어할 것이다. 미국은 연준이 여차하면 금리를 내릴 준비가 되어 있고, 2조 달러 인프라투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은 1분기 GDP 호조 이후 주춤했던 경기부양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 이벤트가 발생한 만큼 연내 주요 주가지수의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춰야겠지만, 2018년처럼 마냥 급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무역분쟁의 타격이 미미하고 경제성장이 견조하게 진행 중인 미국 S&P500지수의 하단은 2800포인트 수준에서 제한될 것이다 (5월 21일 현재 2864포인트). 밸류에이션 부담도 높지 않다.

만약 예상과 달리 이를 하회하여 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한다면, 연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스러울수록 펀더멘털의 상대적인 매력이 뚜렷한 미국주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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