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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합형 인재 시대…게임은 4차산업혁명 핵심 콘텐츠”
취임 9개월 맞은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 연구·정책 중심 조직 변화…
‘건전한 게임생태계 조성’ 강한 의욕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공대를 나와서 일본에서 종합문화연구를 공부한 후 다시 국내에서 국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게임교육원을 설립하고, 게임학회장을 비롯한 각종 관련 단체장을 수차례 역임했고,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그런 ‘하이브리드’한 경력 덕분에 이위원장이 게임의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는 “‘실감세대’들이 중심인 ‘혼합현실의 시대’가 곧 온다. 게임이 시대의 중심 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서울 사무소에서 좋은 게임 문화 조성 게시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B쯤 되려나요.(웃음)”

취임 1년차 ‘점수’를 물었는데 ‘학점’으로 답변이 왔다. ‘교수님’ 출신이라서일까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취임한지 9개월여가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30일 국내 유일의 게임 관련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에 대한 업계 내외의 관심과 기대는 크다. 이력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서 공대를 나와서 일본에서 종합문화연구를 공부한 후 다시 국내에서 국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게임교육원을 설립하고, 게임학회장을 비롯한 각종 관련 단체장을 수차례 역임했고,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그런 ‘하이브리드’한 경력 덕분이지 이위원장이 게임의 진흥과 규제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아직 평하기는 이른 시기지만 이 위원장의 취임후 위원회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구와 정책에 중점을 둔 조직이 탄생하고, 부모들이 참여하는 게임행사를 주최하는 등 이전의 위원회에서는 없던 모습들이 포착된다.

지난 2일 서울 충정로의 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 화합ㆍ소통ㆍ문화조성 …꼭 이루고픈 3가지= “최근에 경영평가를 받았어요. 전임 위원장이 잘 해주시고 가셨고, 나도 열심히 한 덕분인지 큰 과오없이 잘 치른 것 같다(웃음)”.

이위원장은 바빴다. 취임직후부터 국감에 출석했고 위원회, WHO의 게임중독 질병지정 문제, 확율형 아이템 논란, 국내최대 게임사의 해외매각 등의 이슈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지금도 부산에 있는 위원회와 서울 사무소를 일주일에도 몇번씩 오간다.

그는 ”3년 임기 동안 세가지는 반드시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세가지란 위원회의 ‘단합’과 유관기관 및 업계와의 ‘소통’, 건전한 게임 문화 생태계 ‘조성’이다.

취임해보니 100여명인 위원회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생각보다 컸다. “그래도 국내유일 게임 공공기관인데” 직원들이 더 자긍심을 가지면서도 서로 가족 같이 신뢰하고 단합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취임식때 일부러 자신의 아내를 참석케 했다. 가족 처럼 신뢰하는 일터를 만들어보자는 호소 차원에서 였다. 취임 3주만에 전체 100여명의 직원과 1대1 면담도 다 했다.

“직원들 문제점이나 고민 같은 것을 아는게 단합하는 조직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위원장에 있는 동안은 1년에 2번정도는 그런 직접 면담 자리를 꼭 가질 계획이다”

기관 내외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문화부는 물론 게임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렸다. 언론과의 간담회도 정례화하면서 게임계의 문제와 현안들을 여러 주체가 함께 이야기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이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건전한 게임 생태계 조성’이다. 위원회의 본연의 임무이자 가장 가장 중요한 입무다.

그는 답을 규제가 아닌 교육과 문화조성에서 찾는다. “게임 등급 분류만이 위원회의 일이 아닙니다. 분류는 민간으로 많이 이양했다. 현재 우리가 직접 하는 건 전체 0.2%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사후관리와 게임과 관련한 연구 교육에 힘을 쓰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기획부’ 내 정책기획팀과 교육사업팀을 신설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정책 연구분야 직원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연구가 부족하다. 그러니 중요한 현안들이 제대로 이야기가 안되는 면이 있습니다. 국제 저널에까지 소개될 수 있을 정도까지 역량을 강화할 생각이다”

▶‘실감세대’와 ‘혼합현실’의 시대가 온다= 게임은 아직 산업적으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게임회사의 덩치가 수조원대가 될 정도가 됐지만, 창출하는 부가가치 보다는 부작용이 더 화두인 경우가 많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온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게임을 산업으로 따뜻하게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이 위원장은 반문했다. “이해관계만 따졌지, 차세대 산업으로 진짜 지지하고 육성한 적이 없다.

그는 중국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는 중국 정부가 게임을 ‘전자마약’이라고 규제했다. 세계적인 게임회사 텐센트의 회장이 한국에 게임 좀 퍼블리싱 해달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불과 10여년전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게임이 돈이 되고 미래 산업이 된다는 걸 알고 나서 부터는 엄청난 지원을 한다. 이제 중국 게임사들은 엄청나게 큰 회사가 됐다. 새로운 혁신산업을 창출하고, 해외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이러다가는 우리 업계가 중국에 완전히 잠식 당하는 것도 무리한 상상은 아닙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인 지금이야 말로 게임이 본격 육성되고 제 역할을 할 시기라고 본다.

“‘실감세대’들이 중심인 ‘혼합현실의 시대’가 곧 온다. 게임속 기술이나 콘텐츠, 사용자 환경 등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과 모든 산업에 이식될꺼다. 그 판이 커질 것이다.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AR(증강현실)게임 포케몬고 열풍이 세계를 휩쓸때 그가 직접 속초까지 가서 포켓몬을 잡아봤던 것도 그 때문이다. 


▶ 서사성. 동양적 판타지…업계도 변해라=그렇다고 이 위원장이 무조건 게임업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게임업체들이 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게임에 ‘서사’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더이상 ’기술자‘들 끼리만 만들어서 될 산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픽이나 타격감만 내세우는 게임은 언젠가 지겨워진다. 스타크래프트가 오래 명맥을 이어오는 이유는 서사의 힘에 있다. 세계를 휩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이하 와우)도 마찬가지다. 블리자드가 와우를 만들때 수십명의 스토리 작가를 동원했다. 퀘스트 하나 만드는데 몇개월의 시간이 투자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의 서사성은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한다” 이 위원장은 와우 모든 캐릭터를 최고 레벨로 키운 유명한 유저이기도 하다. 60대인 그가 그가 여전히 간혹 와우를 즐기며 “가슴이 뛸 때가 있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 서사성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게임들은 몇편의 초기작들을 복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프로그래머들만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게임회사들도 더 투자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업계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생각도 명확했다.

”너무 의존해왔다. 중국을 이겨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IP와 시스템으로 무장해야 딘다. 새 플랫폼도 만들고 장르도 만들어야 한다. 또 중국만 바라보고 있어서도 안된다. 세계인구는 중국보다 훨씬 더 많다.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앞으로 게임을 더 즐길 시장은 많다. 그곳을 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가 문화를 알아야 한다. 문화를 공부하고 문화를 점령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어느나라든지 자기 문화가 녹여져있는 게임을 할 때 동질성을 느끼고 애착을 갖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를 더 남아내려는 노력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유럽 기반의 판타지는 한계에 다다랐다. 유럽의 판타지는 각국의 신화와 전설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 이제 더 모을 것이 없다. 반면 동양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많다. 중국의 무협 판타지 만 있는게 아니다. 한국, 일본, 인도 다 훌륭한 판타지들을 있다. 이를 잘 모아 하나의 질서를 구현해내는 동양의 환타지가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다”

▶ 집에선 역시 ‘아버지’ … ‘게임과몰입’ 소통이 중요하다 =“아드님 게임 하게 두나?”

거침없이 답하던 이 위원장도 순간 “허허..”라며 잠시 말을 멈췄다. 위원장의 얼굴에서 일순 ‘아버지의 얼굴’이 됐다. 그에겐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다. 아들도 초ㆍ중학교때는 게임을 많이 했다. 화가난 이 위원장이 스마트폰을 두어대 부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무작정 금지하기 보다는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꾸준히 대화를 나눈면서 ”그래도 밤은 새면 안된다.”, “하루에 한시간 이상은 안된다” 같은 룰을 정했다. 그랬더니 커가면서 이제는 스스로 콘트롤을 하더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무작정 금지할 때가 오히려 반항심이 커진다. 처음엔 관리하는게 부모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소통하는게 가장 좋은 답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게임 과몰입 문제는 대체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가정에서는 잘 안일어 난다. 부모들이 아이간의 소통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부모가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아들 이야기가 나온김에 교육 이야기로 촛점을 바꿨다. 4차산업 혁명의 시대. 혼합형 인제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아이들을 좀 믿고 맡겨줄 필요가 있다. 분쟁조정위원회 시절, 어린 꼬마가 게임 아이템을 엄청 사서 그걸 환불해달라고 하는 건이 었었다. 근데 정말 몇살 되지 않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별거를 다 하더라. 부모들은 아마 그만큼 못할 꺼다. 시대가 진하면서 인간의 DNA도 맞게 변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됐던 애들이 공부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만 구축해주고 알아서 가도록 해야한다. 이미 사회는 융합으로 가고 있다. 그런 변화에 대한 대응 본능은 아이들이 다 가지고 있다. 창의적으로 발상하고 해보게 둬야 한다. 컴퓨터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감성입니다. 그걸 키워주는게 융합시대의 인재로 접근하는 길이라고 본다.”

인터뷰 말미 그는 게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는 문화컨텐츠로 무장해야 되는 나라다. 언제까지나 자동차ㆍ반도체에 의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원이 별로 없지만 대신 다른 나라에는 분명히 없는 인적 자원이 있다. 콘텐츠는 결국 두뇌에서 나온다.컨텐츠가 우리의 주요 산업이 되면 4차산업시대에 AI가 점거하더라도 우리는 무탈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 게임은 그중에도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이자 산업이 될꺼다. 특히 5G를 비롯해 각종 기술이 더해지면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정말 다양한 새로운 게임들이 나올 꺼다. 그날을 철저히 준비한다면 한국 게임업계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다.”

채상우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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