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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안전사회 실현으로의 작은 한 걸음(必作於細)…소방관 힐링승마
방화복을 입고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불길을 향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표본이다. 지난 4월 고성과 속초를 시작으로 강원도 일대를 집어삼킨 산불사고에서도 소방관들은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각지의 소방관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몸을 사리지 않은 덕에, 여의도(260ha)를 웃도는 넓은 지역에 걸쳐 이재민에게 깊은 상흔을 남긴 대형 화마(火魔)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이와 같은 용감한 모습 이면에 소방관의 자살률이 국민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특히, 2017년에는 15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순직 및 공상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8년 346명에서 2017년에는 604명으로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많은 선후배와 동료의 사고를 접하며 소방관들의 정신과 신체는 날로 고통 받고 있다. 2012년 47.5%에 이르던 건강이상자가 4년 새 68%를 웃돌고, 전체 소방관의 40%가 우울증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등대부자조(燈臺不自照)다. 국민안전의 등대로 먼 곳을 환히 비추는데 함몰되어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국민들 역시 이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게시 20일 만에 38만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언급한 소방관들의 정신ㆍ신체적 건강과 행복감 고양이다.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부분 못지않게 소방관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全)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마사회는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체결, 국내 최초로 소방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사회공익 힐링승마를 추진했다. 말(馬)과 시설, 전문 인력을 활용해 마사회만이 할 수 있는 가능한 방식으로 소방관의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힐링승마를 통한 몇몇 연구결과, 동물을 손으로 쓰다듬는 행위만으로 사람의 혈압을 낮추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이로움이 크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 참전 군인의 후유증 치유를 위해 말(馬)을 활용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힐링승마에 참여한 소방관들 역시 자체 조사결과 스트레스가 경감되는 등 효과가 탁월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소방관들이 승마를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뭘 해도 집중할 수 없었는데 승마를 통해 머리가 맑아졌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힐링을 느꼈다”, “승마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졌다” 등 참여 소방관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어났다. 이는 소방서비스 품질과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올해는 이달 말부터 소방관을 대상으로 다시 강습을 진행한다. 수혜대상도 지난해보다 확대했다.

자고로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라 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로, ‘세상 가장 어려운 일도 시작은 쉬운 일이며, 세상 가장 큰 일도 시작은 미약하다’는 의미다. 작게 내딛는 지금의 첫발이 훗날 우리 사회의 공공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크게 기여할 의미 있는 발자국으로 남길 희망한다.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폭염 속 화마와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소방관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며, 동시에 모든 국민이 소방관에 대한 존경심이 깊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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