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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키의 고백 “내 부친은 징병된 일본군…불쾌한 과거사도 직시해야”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아버지와 관련한 에세이를 내놔 화제다. 하루키는 해당 에세이에서 유쾌하지 않은 역사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냐고 지적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가 자신의 부친은 제국주의 시절 징병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는 ‘고양이를 버린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게재했다.

29페이지 분량의 이 글과 함께 작가가 유년기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실렸다.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부친이 1938년 20세에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며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자신이 소속됐던 부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참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과 함께 “군도(軍刀·군인의 칼)로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으로 찍혔다”고 당시 충격에 대해 썼다.

하루키는 그러면서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약 그렇지(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과거사의 잘못과 마주 봐야 한다’는 것은 하루키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역사관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징(南京)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 명을 죽였다”는 표현에 대해 일본 극우세력들로부터 SNS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공격받기도 했다.

하루키는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 “우리들은 광대한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 중 이름 모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한 방울 빗물의 역사가 있어서, 그것을(역사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한 방울 빗물의 책무가 있다”고 역사에 대한 현 세대의 책무를 강조했다.

한편 하루키는 아버지에 대해 “20년 이상 얼굴을 보지 않았다가 2008년 돌아가시기 조금 전에 ‘화해 같은 것’을 했다”며 부친의 죽음 뒤 5년에 걸쳐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조금씩 들었다고 설명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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