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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3기 신도시…수요 만들어 내는 공급
진(秦) 효공(孝公)은 수도를 역양(陽)에서 동쪽 함양(咸陽)으로 옮긴다. 주(周)의 수도이던 서기(西岐) 서쪽에 건설된 일종의 신도시다. 시황제(始皇帝)가 전국을 통일한 이후 순행을 위해 수도 함양(咸陽) 중심으로 지방을 연결하는 직도(直道)를 건설한다. 오늘 날의 고속도로다. 이후 유방(劉邦)이 한(漢)을 세우면서 함양이 파괴되자 바로 동쪽에 ‘신도시’ 장안(長安)을 건설한다. 장안이 팽창하면서 경제적으로 번성한 도시가 다시 동쪽의 낙양(洛陽)이다. 장안과 낙양을 오가던 중국 왕조들의 수도가 다시 동쪽으로 이동한 것은 10세기 후량(後梁)이 개봉(開封)을 수도로 정하면서다. 이후 송(宋)을 멸망시킨 원(元)이 대도(代度)를 건설하면서 북경(北京)이 중국의 중심이 된다.

3기 신도시의 마지막 입지가 공개됐다. 2기 신도시는 물론 1기 신도시 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들이 많다. 녹지보호구역(green belt)까지 풀었다. 정부는 서울과의 접근성을 강조했다. 1989년 1기 신도시 발표 이후 30년간 서울 주변에는 지속적으로 주택이 공급됐다. 1,2기 신도시만 350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규모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는 그 이상 늘었다. 1기 신도시가 입주한 1992년 서울과 경기 인구는 각각 1094만명, 661만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각각 977만명, 1308만명이다. 서울은 100만명 이상 줄었지만, 경기는 500만명 이상 급증했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되거나 떨어지는 게 맞다. 하지만 이는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때다. 공급이수요를 늘린다면 가격 안정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총인구 증가분이 733만명 가량이다. 서울과 경기에 인구가 몰리면서 지방주택은 오히려 수요가 줄었다. 수요가 늘면 가격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가격상승 기대는 또다시 수요를 촉발한다. 한때 울산과 경남 집값이 강세였던 이유는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의 일자리 덕분이다. 고소득 일자리로 인구가 유입되며 수요우위가 이뤄졌다. 세종시도 ‘강제 이주’ 수요가 집값을 자극했다. 결국 일자리다. 서울에 일자리가 집중되는 한 서울과 주변 주택수요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서울로의 접근성 개선을 전제로 한 신도시는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집값이 더 높아지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거꾸로 보면, 수도권은 공장 등 기업관련 투자 규제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일자리 가까이에 인구가 모이기 마련이고, 인구가 모여야 교육과 문화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지기 쉽다. 서울 중심의 주택수요를 줄이려면 서울 밖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

중국의 수도 이동 역사를 보면, 도시는 확장하며 이동한다. 인프라나 경제적 잇점이 도시의 에너지다. 아예 생뚱 맞은 곳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어렵다. 기존 대도시 인근에서 새로운 대도시들이 만들어지기쉽다. 어차피 그린벨트 상당부분이 다 해제됐다. 수도권의 초거대도시화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수도권을 조금 더 넓게 활용하면 어떨까. 주거용 신도시를 짓기 보다는 새로운 기업도시를 서울 주변에 만들어 내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주택정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홍길용 IB금융섹션 에디터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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