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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은 외면 北은 추방…천재화가 변월룡을

  • 기사입력 2019-04-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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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최고미술대 레핀대 교수 명성
 북 건너가 평양미대 학장 맡기도
“판화는 렘브란트 뛰어넘어” 평가
 
학고재갤러리, 3년만에 개인전
 회화·판화·데생 등 189점 전시
“통일미술사 남북 연결고리 작가”

① 무용가 최승희 초상, 1954, 캔버스에 유 채, 118×84cm ② 비(버드나무), 1971, 동판화, 18×24.3cm. ③ E. N. 파블로브스키의 초상, 1959, 캔버스 에 유채, 100×90cm [학고재갤러리 제공

남에서는 그를 몰랐고, 북에서는 귀화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방당했다. 시대는 변월룡(1916~1990)을 그렇게 변방으로 내몰았다.

그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건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 변월룡’에서다. 미술평론가 문영대씨가 1994년 국립러시아미술관에서 변월룡 그림을 발견한 것을 계기가 돼, 전시로까지 이어졌다. 당시에도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맥락을 강화할 주요인물로 평가됐다.

그런 그의 그림이 3년만에 다시 전시장으로 나왔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전을 개최한다. 상업화랑에서의 첫 전시다.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그린 회화 64점, 판화 71점, 데생 54점 등 189점이 나왔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작업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자연스레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다. ‘햇빛 찬란한 금강산’, ‘가을’, ‘토고인 제자 라이몬도 델라케나’ 등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전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변월룡의 초상화 앞에선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물이 살아 숨쉬는 것 처럼 느껴져서다. 전설적 무용수 최승희의 몸짓도, 소설 ‘닥터 지바고’의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형형한 눈빛도,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지나 그린 어머니의 단단한 자세도 모두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얼굴 표정이나 자세만으로도 주인공의 성격과정체성이 단박에 느껴진다. 문대영 평론가는 “사진을 놓고 그리거나, 앞에 사람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모델로 놓고 그리지 않았다. 작가는 오랜시간 대상을 관찰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멈춰있는 화면이지만 ‘정지자세’로 느껴지지 않는다. 문 평론가는 “탁월한 재능도 있었지만, 엄청난 훈련의 결과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변월룡의 성취는 사실 입지전적이다. 연해주 쉬코토프스키 구역 유랑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호랑이 사낭꾼인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깡촌 중에 깡촌이었으나, 러시아 최고 미술대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ㆍ조각ㆍ건축ㆍ예술대학(이하 레핀대학)’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했다. 동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조교수로 발탁됐고, 2년만에 부교수로 승진했지만 정교수가 되기까진 24년이 걸렸다.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이 한국인임을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작업에 한글로 곧 잘 서명을 남겼다. 그에겐 늘 ‘소수민족’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만이 살아남을 길이었으리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판화 실력도 범상치 않았다. 특히 동판화 기술이 뛰어나 레핀대 교수들이 “변월룡의 판화는 렘브란트를 뛰어 넘는 듯 하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전시에 나온 데생 한 점도 쉬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전시는 남한미술사에 머물렀던 한국 미술사의 경계를 넓히는 시도기도 하다. 변월룡은 소련 정부의 지시로 1953년 북한으로 건너가 평양미대 학장을 맡아 북한 미술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문 평론가는 “통일 한국미술사에서 남과 북을 잇는 연결 고리 구실을 할 작가”라며 “아카데미즘과 리얼리즘을 망라한 변월룡 작품은 한국미술사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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