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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수도요금 격차 완화 答은 상수도 통합과 전문화
국민소득과 국민들의 행복감은 반비례한다고 한다. 부의 편중이 두드러지고 사회의 형평성이 취약할수록 국민들의 불만은 쌓여가기 마련이다. 옆 사람과 비해 대우나 부담이 이해할 수 없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 삶을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평등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 문제될 게 없지만, 구조적으로 얽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불만은 갈등을 부르고, 갈등은 사회의 화합을 저해한다.

물과 전기는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공공재이자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은 전국 단일요금인데 반해 물은 지자체간 요금 격차가 크다. 지난 2017년 기준 지역별 수도요금 현황을 보면 1t당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723원이었으나 강원도 평창군은 1466원으로 가장 낮은 지역에 비해 최대 3.4배 비싸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같은 수돗물인데도 지역에 따라 3배 이상의 요금 차이가 있다는 점을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국민 누군가는 3배나 넘게 비싼 수도요금을 내고 물을 써야 하는 걸까? 이런 차이는 각 지역별 수도사업 특성에서 기인한다. 취수원 수질, 정수시설 규모, 공급지역까지의 거리, 수도관의 노후도 등이 주로 생산원가의 차이를 유발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일수록 정수시설의 규모가 크고 급수지역이 밀집돼 있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평균소득이 높은 대도시의 생산원가는 오히려 낮아지고 평균소득이 낮은 농·어촌 지역의 수도요금이 비싸지는 불평등적인 요금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보편적 물복지 및 평등권 차원에서 어느 한 두 지자체만의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문제이며,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만 해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역간 요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생산원가가 높은 지자체에 정부 재정을 확대 투입해 요금을 강제로 낮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수도요금의 불평등에 대한 비교적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통합과 전문화’다. 지방상수도와 지방상수도,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를 합리적으로 통합하면 중복투자를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자연스럽게 생산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 한국정책학회에 따르면 지방과 광역을 통합운영할 경우에 연간 320억원씩 향후 30년간 약 1조원의 예산이 절감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에 수도사업의 광역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수도사업자 중 인구 5만 미만 소규모 사업자가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소규모 수도사업들이 운영관리비용이나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을 겪게되면서 꾸준히 수도사업의 광역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도사업의 조직만을 통합하는 외형적 통합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다. 통합이후에는 운영 효율성과 공급 안정이 보강돼야만 진정한 통합 운영이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외적인 조직의 통합과 더불어 내적으로 전문적인 관리역량의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 고도로 전문화 된 운영기술이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지역간 요금격차를 완화하고 양질의 수돗물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물론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도 있다.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확대는 조직을 비대하게 만들고 오히려 비효율을 가져 올 뿐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여러 해외사례들을 보면 통합은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고, 조직의 비대함에 따른 독단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구조를 갖춤으로써 통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통합이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161개 지자체가 각각 수도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불평등을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24년 만에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짐에 따라 수도사업의 권한과 책임도 한 곳에 모이게 됐다. 이제는 권한에 부여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평하게 제공할 의무를 다해야 할 때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계기관 모두가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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