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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 속 법조계, 허구와 실제 ①] 드라마에 늘 등장하는 ‘이것’, 실제 법정엔 없다
-방청객 ‘돌발 증인 채택’도 실제로는 불가능
-검사 수사지휘도 대부분 온라인 시스템으로

SBS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캡처]

[헤럴드경제=이민경ㆍ문재연 기자]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피고인 민준국(정웅인 분)이 무죄선고를 받을 때 재판관을 마주보는 증인석에 서있는 장면이 나온다. 피고인의 변호사(윤상현 분)는 뒤쪽 방청석에 따로 앉아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증인석에 앉을 때는 오직 피고인신문을 받을 때뿐이다. 판결선고 시에는 피고인석에 앉아야만 한다. 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와 피고인 및 변호인은 법대의 좌우 측에 서로 마주 보고 앉는다. 드라마 상에서는 등장인물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현실과 다른 자리 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 속 법조계와 법정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까. 드라마에서는 이따금 방청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서 증언을 한다. 대단한 진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급반전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대부분 허구다. 미리 변호사와 검사가 증인을 신청하고, 재판관이 ‘채택’해야만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강압적인 법조계 문화를 지적하는 모습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부당거래’는 검사와 경찰의 첨예한 갈등을 그렸다. 하지만 일선 검사와 경찰은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하기보다 ‘서류’를 통해 소통한다. 특히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를 통해 담당 경찰관이 수사기록과 관련 보고를 관할 검찰청 사무과에 접수하면 검사가 기록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사지휘가 이뤄진다. 검사가 일선 경찰관을 불러내거나 전화로 지시하는 일도 거의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JTBC 드라마 ‘미스함무라비’에서 법원 경위가 청사 입구에 서서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오는 판사에게 일일이 허리숙여 인사를 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이런 장면은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다른 어떤 법원에서도 본 적이 없고 법원 경위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사절차나 재판 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고증이 덜 된 경우도 많다. KBS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 검사(정려원 분)는 미인계부터 현장잠입까지 거침없는 수사를 펼친다. 하지만 실제 수사과정에서 검사가 현장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김현우 검사는 “잠입수사는 적법절차 문제가 될 수 있고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며 “또 아무리 중요한 사건을 맡는다고 해도 검사들이 사건을 하나만 맡는 게 아니라서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압수수색할 때도 계장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tvN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유재명 분)가 서부지검 검사장으로 영전하자 휘하 검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도에 도열해 90도 인사하는 장면도 현실과 상충된다. 통상 같은 지검에서 차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선 피고인을 대리하는 박훈 변호사(박원상 분)의 변론이 끝날 때마다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 재판 중에 박수를 치면 퇴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재판관 재량에 따라 감치도 가능하다. 증인이 위증을 하지 않겠노라 선서할 때 손을 들거나, 피고인이 재판 내내 서 있는 장면은 실제 법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강제하는 근거규정은 없다.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할 때 판사봉을 두드리는 장면은 대표적인 고증오류로 꼽힌다. 올해 15년차가 되는 한 판사는 “법관이 되고나서 한번도 ‘판사봉’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다양한 법정물이 제작되고 방영되는 것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형사재판부의 한 판사는 “기본적 이해도를 갖고 제작한다면 법정물이 많이 나올수록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드라마와 영화니까 극적인 요소를 넣어야겠지만, 실제 재판 모습 만큼은 시청자들이 잘 구분하도록 철저히 고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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