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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도 알기 어려운 ‘고셔병’, 성장 더딘 소아라면 의심”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유전질환
-4~6만명 당 1명 꼴로 의료진에게도 정보 부족
-치료제 있는 만큼 질환에 대한 인지도 높여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고셔병은 이름조차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만큼 희귀질환 중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낮은 질환입니다. 증상도 몇 가지로 특정지을 수 없고 발현 시기도 제각각이어서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생소한 편이죠”

체내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고셔병은 매우 드문 희귀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4~6만명 당 1명꼴로 나타날만큼 발병 확률이 낮다. 국내에 보고된 환자도 7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희귀질환은 치료는 둘째치고 질병 자체를 진단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유전질환을 전공한 전종근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는 국내에서 고셔병 진단과 치료에 매진해 온 의사다.

우리 몸에는 몸에 쌓인 당지질을 포도당과 세라마이드로 분해하는 효소가 존재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효소가 결핍되 당지질을 분해하지 못하고 당지질 세포가 간, 비장 등에 쌓인다. 이로 인해 간 또는 비장 비대, 혈소판감소증, 빈혈, 출혈, 골격계 증상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고셔병이라고 한다.

고셔병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이다. 부모 양쪽에서 열성 인자끼리 만날 때 생긴다. 전 교수는 “만일 자녀에게 고셔병이 진단됐다면 부모가 보인자인 경우가 많다“며 ”보인자는 해당 유전자 변이를 한 개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지만 보인자끼리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면 25%는 정상, 25%는 고셔병 환자, 나머지 50%는 보인자로 태어난다”고 말했다. 보인자끼리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보인자끼리 만났을 때 열성 인자끼리 만날 확률도 낮다. 그 만큼 발생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나 의료진이 조기에 고셔병을 의심해 진단해내기는 쉽지 않다. 전 교수는 “어느 환자에서는 전형적인 증상이 분명하게 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아기, 청소년기 등 발현시기가 다양하고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비장과 간이 커지면 혈소판 감소증으로 인해 빈혈이 오거나 지혈이 잘 안되기도 하는데 이런 증상의 경우 혈액종양학과에서 다른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셔병 아동 환자들은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떨어지기에 키가 작은 경우도 나타나기도 하고 간이나 비장이 커지면서 눈에 띄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고셔병은 일반 혈액 검사를 통한 확정 진단이 불가능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효소 활성화의 감소를 확인하기 위한 생화학적 검사와 유전자 검사 등의 분자유전학적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인 1~2차 병원에서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환자들은 정확히 고셔병으로 진단을 받기 전까지 평균 몇 차례에 걸쳐 여러 병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고셔병은 서양에서 흔히 발생하는 1형과 달리 신경병증을 동반하는 2형과 3형이 많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는 2형과 3형 고셔병이 전체 환자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백인계 유태인에서는 대개 ‘비신경병증 고셔병’이라 불리는 1형 고셔병이 흔히 발병한다”며 “1형 고셔병은 질환도 매우 경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으나 2형과 3형 고셔병은 신경병증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 중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고셔병은 치료제가 존재한다. 세포 내 결핍된 효소를 공급받는 ‘효소대체요법’이 있다. 다만 이 치료가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 전 교수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는데 대략 반나절이 소요된다. 매 2주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등장한 기질감소치료제는 경구제로 지질복합제가 쌓이지 않도록 체내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여주는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두 치료제 모두 사용되고 있으며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치료법이 있음에도 고셔병은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전 교수는 “고셔병을 진단하기 위해 해당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다양한 증상 중 특정 몇 가지 증상을 발견하면 ‘고셔병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장이 비대해진 소아 환자가 혈소판 수치가 조금 떨어졌다거나 잦은 코피의 병력이 있는 경우, 키가 작아서 성장이 지연되는 아이들이라면 고셔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희귀질환도 자꾸 보고, 듣고, 교육받으면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리소좀 축적질환 등 희귀질환에 대해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활용해 일반인에게 홍보하고 있다”며 “희귀질환에 대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친숙한 질환으로 인식된다. 고셔병을 포함한 유전질환 환자를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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