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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에 자랑하려고”…셀피 열풍, ‘야생동물’ 생존 위기로 내몰아
전세계 야생동물 사진 수 3년 간 4배 증가
아사히신문 “무분별하게 야생동물 접근ㆍ포획 행위, 동물 생존 위협”
日에서는 인간에게 친숙해진 곰이 마을로 내려와…도심 침입 우려 증가 

아사히 신문은 SNS의 열풍 탓에 야생동물에 접근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사진(selfie, 이하 셀피)을 올리는 데 ‘열광’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야생 동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무분별하게 야생 동물에 접근하거나 포획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은 SNS에 사진을 게재하기 위해서 야생동물에게 접근하거나 손으로 잡는 이른바 관광객들의 행위가 야생동물 보호 노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영국에 본부를 둔 야생동물보호국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수는 2014년 이후 3년 동안 네 배나 증가했다. 또한 사진 중 40%는 동물을 품에 안거나 먹이를 주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 신에츠 자연환경국은 지난해 7월 사람의 손에 잡혀 있는 새끼 뇌조(雷鳥)의 사진이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해당 사진은 토야마 현에 위치한 카라마츠다케 산에서 촬영된 것으로, 산악인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뇌조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중 하나로,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뇌조의 수는 2000마리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허가 없이 뇌조를 잡는 것은 야생보호동물법에 위배되는 행위다. 사람의 손에 잡힌 야생동물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새끼를 찾기 위해 어미가 다른 새끼들을 방치함으로써, 남아있는 새끼 뇌조들이 여우와 같은 포식자에게 공격을 받을 위험도 높아진다.

환경성의 신에쓰 사무소는 토야마 현 경찰과 해당 사진을 촬영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논의했지만, 사진만으로는 불법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현재 신에쓰 사무소는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야생동물보호국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수는 2014년 이후 3년 동안 네 배나 증가했고, 이 중 40%는 동물을 품에 안거나 먹이를 주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훗카이도 북동족의 시레토코에서는 점차 인간친화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야생 ‘갈색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SNS가 이 같은 상황을 부추겼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 지역의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공익법인 시레토코 자연재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인스타그램에 약 1만 5000여 장의 갈색곰 사진이 게재됐으며, 이 중 1300장이 시레토코에 있는 야생 갈색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갈색곰의 사진은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2011년에는 몇 장에 불과했던 사진이 지난 2017년에는 400장, 그리고 지난해에는 11월 중순 기준 600장의 갈색곰 사진이 개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의 타카네 노세 연구원은 “인간이 이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갈색곰이 인간에게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간에게 익숙해진 곰들이 점차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시레토코의 마을 샤리에서 목격된 연간 갈색곰의 수는 10여년 전 약 600~800마리에서 2015년 1000마리로 늘었으며, 이후에도 비슷한 수를 유지하고 있다.

노세 연구원은 “인간과 갈색곰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갈색곰이 사고를 내거나 도심에 침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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