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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기획] 트럼프發 독설정치, 전세계도 유행처럼 감염
-상대방 향해 독설 날리며 지지층 결집 전략
-아베도 숱한 막말 논란…지구촌 ‘쎈 워딩’ 난무
-이미지 정치? 노이즈마케팅? 긍정ㆍ부정론 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유오상ㆍ홍태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필리핀 대통령….

정치권의 막말 논란엔 국경이 없다. 한때 영어 교재에도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품격있는 정치 교과서급 ‘점잖은 연설’이 많았던 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막말’이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특히 어느 누구보다도 품격을 중시해야 하는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서 ‘강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며 “기존 정치 문법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선에서만큼은 어느 때보다 품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존 정치 문법이 파괴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 남편도 만족을 못시키면서 미국을 만족시키겠다고 하는 것이냐”는 말로 선거 내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가장 점잖은 대선 연설’로 유명했던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과는 정반대 행보에 미국 정치권은 일제히 “도를 넘은 막말”이라며 비난에 나섰지만, 정작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실제로 선거 내내 대다수 미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의 막말을 연이어 보도하며 “저급한 말로는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했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막말은 지지층을 가장 효과적으로 결집하는 수단이 됐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굉장히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유권자들에게 쉽고 강렬하게 다가간다”며 “그간 워싱턴 정가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언어를 주로 사용해 일반 유권자들이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성공 방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그러나 강한 발언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말은 강하게 했지만, 트럼프의 연설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미국의 국익을 정확하게 대변했다”며 “본질적인 메시지는 결국 다른 대통령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트럼프의 성공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제2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대표적인 ‘트럼프식 화법’으로 유명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우에는 아예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막말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정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를 향한 막말로 지지층 결집을 이뤄냈지만, 최근에는 지나친 막말 후폭풍에 “정권까지 위태롭다”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쿠라다 요시타카 일본 올림픽담당 장관이 “지진 피해 복구보다 정치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사용한 ‘막말’이 지도자가 되고 나서는 결국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아베 총리는 자신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인 망언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지지기반의 정서를 따라 비슷한 발언을 쏟아내다 보니 결국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미화하는 등의 잘못을 저지르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역시 “장기적으로 막말은 국가 지도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막말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 효과가 부정 효과보다 떨어지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한다”며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자극적인 막말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감성 발언을 해야 하는데, 당장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막말로 승부를 하려 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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