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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기업문화]자율좌석제ㆍ자율복장…기업 문화에 부는 형식의 파괴
- SKㆍLG ‘자율좌석제’ 도입…“조직문화 융화 용이해져”
- 현대차 등 복장자율화도 새 바람…직급ㆍ호칭 파괴도
- 자리 비우면 찾기 어려워…“옷 고르기 어렵다. 호칭 파괴로 누가 누군지 모른다” 푸념도

SK E&S가 사용중인 그랑서울 빌딩 공유오피스 [SK E&S 제공]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에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자 ‘하드웨어’의 형식을 파괴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이 바뀌어야 사고가 바뀐다’는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혁신에서 출발한 기업 문화의 변화 흐름은 사무실 공간과 직원들의 복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율좌석제를 도입해 칸막이로 막혀 있던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정장 차림의 딱딱한 복장에서 벗어나 사고의 유연성을 늘리고 있다. 여기엔 젊고 활기찬 기업문화가 일의 능률을 높이고 조직 만족도도 끌어낼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율좌석제ㆍ공유좌석제가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은 작년 8월부터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 중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을 1차 오픈했다.

오는 8월께 공사가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ㆍSK종합화학ㆍSK E&S 등 SK 계열사 대다수가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앞서 SK E&S는 리모델링 기간 중 인근 그랑서울 빌딩에 공유오피스를 마련하고 먼저 자율좌석제 실험에 들어갔다.

SK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키오스크에서 앉고 싶은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팀끼리만 소통하다, 자율좌석제가 시행되면서 타 부서 사람들과 가까이서 일을 하다보니 다른 팀 문화도 알게 되고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내용을 눈대중으로 볼 수 있어 조직문화 융화, 정보 공유가 원활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LG그룹도 자율좌석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서울 양재동 서초 R&D 캔퍼스의 2개층 약 700평 규모 공간에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LG전자는 임직원들이 활발히 소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데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동참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처음인 2017년 7월 서울 을지로 신사옥 입주와 동시에 스마트오피스 환경을 구축했고, 한국씨티은행은 중구 다동 사옥 1개 층을 스마트 오피스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공간과 함께 사람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복장 자율화가 두드러진다. 이런 시도는 옷이 사람의 의식을 좌우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LG전자는 주 1~2회 진행해 오던 ‘캐주얼 데이’를 확대해 작년 9월 완전한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

캐주얼 데이로 자율 복장을 안착시킨 덕에 현재는 부장이나 임원까지 자연스럽게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LG전자 사내게시판에는 “유연 복장 덕분에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 업무효율이 높아졌다, 다른 직원의 개성을 발견할 때마다 즐겁다”는 직원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는 지난 2017년 신차 출시 행사장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몰고 온 ‘청바지 바람’이 거세다.

기세를 몰아 지난 3월 완전 자율복장제를 도입해 현대차그룹 특유의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아울러 직원 직급 간 호칭을 단순화한다. 수직적 소통이 아닌 수평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오는 7월부터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임원 직급을 아예 폐지하고, 모든 임원을 동급으로 간주하고 실장, 본부장 등 직책만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임원 외 임직원의 호칭 단순화는 계열사별로 시행되고 있다. 지주사인 SK㈜는 PL(프로젝트 리더)로 통일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엔지니어에 한해 60세 정년을 없애는 ‘무(無) 정년제’를 실시한다. 30년가량 반도체 개발ㆍ제조 기술의 노하우를 지닌 숙련 엔지니어들에게 정년 걱정 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이 제도를 통해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오전만 근무하고 오후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일은 지속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새로 도입된 제도들의 안착 과정에서 과도기적 부작용도 빚어진다. 공유오피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유오피스 도입 이후 누가 자리를 비워도 찾으러 다니기가 어렵고, 전처럼 팀당 배정된 회의실이 없어 이슈가 생길 때마다 회의실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민감한 정보가 다른 부서에 유출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수년간 ‘교복’처럼 입던 양복을 벗어던지자 옷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대기업 계열사 차장 A씨는 “양복 땐 고민 없이 셔츠 색만 고르면 됐는데 이제는 깔맞춤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소화한 직급 호칭에 혼란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는 기업별로 호칭이 다르고, 맡은 업무를 가늠할만한 ‘단서’가 호칭에 없다보니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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