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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신중해야
“연 1% 수익률로 어떻게 노후대비를…”

최근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1.01%로 집계된 후 금융당국과 금융업권을 중심으로 탄식들이 터져나왔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로 어떻게 가입자들의 노후자금 역할을 할 것이냐는 이유에서다.

확정급여형(DB)에 몰린 돈이 확정기여형(DC)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DC형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강제 투자시행제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지난해까지 DB형 10년 장기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3.04%, 실적배당형이 5.58%다. DC형은 각각 3.17%, 4.55%다.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DC형이 그래도 꽤 괜찮은 성과를 낸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금리가 요동치고, 증시 변동성이 커졌던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1.01%의 수익을 반드시 나쁘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물론 가입자가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수익률이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업에 바쁜 가입자들이 능동적으로 투자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대신 투자판단을 내려주도록 하겠다는 게 디폴트 옵션 도입 논리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가입자들의 능동적으로 투자판단을 촉구하려는 제도인지, 아니면 DC형 퇴직연금의 실질적 운용주체를 ‘전문가’로 바꾸려는 제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에는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투자일임계약 등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가입자가 치른 비용이 제 값을 한다면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손실이 났을 때 가입자는 일임계약을 해지하려 들 것이고, 이후 보수적 태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 뻔하다. 수 조원짜리 펀드가 수두룩하던 대규모 공모펀드 시대가 종언을 고한 데에는 수수료 대비 낮은 성과가 결정적이었다.

장기투자일수록 수수료 등 비용에 민감하다. 최근 전세적으로 저비용 투자상품이 인기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수수료 ‘0’도 등장했다. 디폴트 옵션이 행사된 퇴직연금 자금이 이 같은 초저비용 상품으로 운용된다면 금융투자회사나 펀드회사에 의미 있는 수익을 안겨주지 못할 수도 있다.

2018년말 기준 실적배당형 DB 5조7981억 가운데 90%가 집합투자증권이다. 유형별로는 채권혼합 또는 채권형이 45.3%고, 특별자산이 36.1%다. 주식 및 주식혼협형은 7%다. DC형은 7조6402억원 가운데 74.5%가 채권혼합 또는 채권형이다. 주식 및 주식혼합형은 23.4%다. 채권 비중은 오히려 DC형이 더 높다. 장기수익률에서 주식이 채권보다 낫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또 최근 연기금들을 보면 주식비중을 제한하고 부동산 등 특별자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주식투자가 장기투자의 왕도는 아니다.

그 어떤 전문가도 시장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퇴직연금제도는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안정적인 노후자금 관리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국민연금과 같은 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제도가 성숙된 금융시장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금융투자 업계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디폴트 옵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가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형태여야 한다. 가입자들이 합리적은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는 투자자교육이나 조언장치 등을 갖추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홍길용 IB금융섹션 에디터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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