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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지 위 벽지그림…모조와 원본 사이
이화익갤러리 ‘면벽수행’ 정소연 개인전

정소연, 벽지그림 Wallpaper Painting 26, Oil on canvas, 나무액자, 벽지, 우드스테인, 집성목, 200x120cm, 2019 [이화익갤러리 제공]

어쩌다 보니 벌써 완경기(폐경기)의 나이다. 집에서도 작업실에서도 몸이 무겁고, 마음이 어지러워 집중하기가 어려웠단다. “세 살 부터 그림을 했으니 50년을 화폭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나는 어디까지 왔고 내가 이룬것은 무엇일까” 싶어 우울감이 깊어졌다. 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의도치 않은 ‘면벽 수행’이다. “수행의 결과로 공력이 깊어졌으면 좋으련만, 보고있던 벽지를 그려보면 어떨까 작업 아이디어만 떠올랐다”는 작가는 벽지를 화폭에 옮겼다. 정소연 작가의 ‘벽지그림’시리즈다.

홀마크 카드, 도감, 건축 모형 등 다양한 소재로 실재와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 온 정소연 작가가 이번엔 ‘벽지’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이화익 갤러리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정소연 개인전 ‘면벽수행’을 개최한다. 작가에겐 동 갤러리에서 3년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벽을 보고 있자니 웬만한 그림보다 나았다”며 “벽화에서 출발한 벽지가 다시 그림으로 탄생하는, 인과론을 뒤집는 작업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벽지를 나무판에 붙이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부착한 작업도 선보인다. 언뜻 봐서는 무엇이 벽지인지 벽지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벽지 그림은 홀마크 카드의 인쇄 이미지, 각종 도감과 건축모형 등 모조를 원본으로 작업해 온 작가의 이력과 같은 맥락에 있다.

벽지가 예쁘게 발라진 공간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문이 달렸다. 완경기를 거치고 있는 대한민국 50대 여성의 속내를 살짝 보여주는 것 같아 감히 그 안을 상상하기 두렵다. 핑크와 하늘색의 화사한 스트라이프 벽지로 치장한 공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다.

평면적 그림이지만 동시에 공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이렇듯 정소연 작가의 작품은 원본과 모조의 이분법을 뛰어넘고, 다양한 레이어가 포진했다. 작가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관념적인 일종의 추상게임”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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