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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의 길을 가다(서인범 지음, 한길사)=총 길이 2000km에 달하는 일본 통신사의 길을 직접 따라가며 조선시대 대일외교의 의미를 새긴 역사답사기. 쓰시마와 세토나이카이, 오사카와 교토, 도쿄, 닛코에 이르는 58곳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통신사의 행로와 시사점을 함께 담아냈다. 통신사 파견은 히데요시를 이은 이에야스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이에야스는 조선과 관계를 회복하고 문물을 교류하는 게 일본의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야스는 쓰시마번주를 매개로 국교재개를 청하고 조선은 탐문차 승려 유정, 사명대사를 일본에 파견, 우여곡절 끝에 1607년 첫 파견이 이뤄진다. 이후 200년간 이어진 통신사는 총 12번 일본을 다녀왔다. 어느 쪽이 사신 파견을 먼저 요청하는지, 호칭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끊이질 않았고 서로 이해가 부딪치는 아슬아슬함 속에서 통신사는 국익과 두 나라의 공존을 위해 애썼다. 저자는 40일간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몇몇 박물관의 수장고에 직접 들어가 통신사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촬영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런 노력으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여러 도판이 책에 실렸다. 통신사가 묵은 여러 사찰, 일본의 5대 가도, 에도에서의 마상제 공연, 닛코 참배 등 외교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통신사의 걸음을 주의깊게 따라가며 한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김진아 지음, 바다출판사)=“태어난 이후부터 죽 가부장제 중독자로 살아왔다.”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에서 한 순간 경력단절자가 돼 세상의 불균형을 경험한 김진아씨의 고백이다. 자기 몫을 찾고 싶은 후배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이 페미니즘 에세이에서 저자는 지금 이 시대에 여성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신랄하게 들려준다. 몇년 전, 그는 경험차 경리단길에 펍을 열었다. 생각지 않게 대박이 나 광고 본업 보다 더 시간을 쏟았다. 프리랜서로 전환한 그는 상권이 쇠퇴하자 돌아갈 길이 막혔다. 마침 광고계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업계에선 ‘한물간’ 여성을거들떠 보지 않았다. 자살충동까지 겪은 그는 주위 여성들로부터 위로를 얻고 오기로 다시 일어서 까페를 열었다. 가게 이름은 ‘자기만의 방’. 여전히 여자들은 충분히 자기 몫을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대구에서 태어난 저자는 비교적 덜 보수적이고 교육열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야망의 크기때문에 자주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남자아이들이 과장된 만능감을 키워갈 때 소녀들은 착하고 무해한 존재로 스스로의 크기를 축소시켜 나갔다. 저자는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야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인맥쌓기, 네트워킹도 필요하다는 것. 경험에서 나온 얘기와 제안들이 공감을 준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씀, 창비)=지난 5년동안 세월호 유가족이 겪은 경험과 감정의 기록. 작가기록단의 세 번째 책으로,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5명의 기록자가 57명을 인터뷰했다. 평범한 일상이 그 날 이후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몸과 마음은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특히 단원고 희생학생 가족 뿐 아니라 생존학생 가족, 희생교사 가족 등의 아픔 등 저마다 달라진 삶의 지형에서 겪는 고통을 나란히 담아냈다. 세월호 가족의 고통은 평범한 일상어에서 비롯된다. 머리카락, 문고리, 밥통, 카레, 엄마 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어를 이들은 마주하지 못한다. 사건 전후로 그 의미가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팽목항과 단원고 기억교실, 광화문 등 공간에 대한 기억은 더욱 참혹하다. 기억과 진상 규명을 위해 운영해온 416가족 협의회가 어떤 변화의 과정을 밟았는지도 담아냈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서야 했을 때 맞닥뜨린 어려움, 보상금과 기억교실 등을 둘러싼 갈등, 투쟁에 나선 가족과 그러지 못한 가족,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간의 서로 다른 입장 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서로 보듬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움직임을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철학적으로 해석한 글도 함께 실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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