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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약 시장 대혼란… ‘몸사리기’ vs ‘묻지마’
41%, 35% 청약과열지역 무더기 미계약
“집값 오를 거란 자신감 사라져 계약 포기”
미계약 물량 무순위 청약은 문전성시
무주택자들은 포기, 다주택자들은 줍고


[사진=2월 분양했던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견본주택에 입장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줄을 선 모습. 이 단지는 당시 최고 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결국 41.5%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다.]

[헤럴드경제=김성훈ㆍ양영경 기자] “아파트 청약 넣어 당첨됐는데 막상 계약하려니 망설여지네요. 계약해도 되는 걸까요?”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문의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집값이 오를 지 내릴 지 향배가 불분명해지면서,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이 계약을 해야할 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무더기 미계약이 속출하는 ‘몸사리기 현상’과 가족까지 동원해 청약에 나서는 ‘묻지마 현상’이 하나의 시장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2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419가구를 일반분양한 결과 41%인 174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아파트는 2월 분양 당시 평균 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초 이런 상황에 대비해 예비당첨자를 포함해 공급주택수의 1.8배를 당첨자로 선정해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포기자가 나왔다. 단순 산술계산으로 당첨자 750여명 중 500여명이 청약자격 상실이라는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계약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앞서 노원구에서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 역시 전체 일반분양 물량(560가구)의 11%인 62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고, 경기도 안양에서 분양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도 일반분양 659가구의 35%인 234가구가 미계약됐다. 세 단지 모두 청약과열지역에서 분양한 것으로 1ㆍ2순위에서 미달없이 수요자들이 몰렸던 곳들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단 청약해보고 나서 막상 계약 때는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이 결국은 미계약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애매한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이 어렵고, 전매제한까지 적용돼 시세차익을 단기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 등이 모여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여전히 청약 열기가 남아 있다고 해석할만한 현상도 발견된다. 특히 유망지역의 미계약 물량을 분양하는 현장이 그렇다. 이달부터 규제지역의 미계약 물량이 ‘무순위 청약’으로 제도화되면서, 기존에 ‘줍줍’(미계약 물량이삭줍기)이란 은어로 암암리에 이뤄져왔던 것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0~11일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는 무려 1만4376명이 접수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1ㆍ2순위에서 가장 많은 수요자를 끌어모았던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가 8300여명, 두번째로 많은 수요자를 모은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가 4000여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10일 무순위 접수를 마감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에는 3135명이 접수했는데, 1ㆍ2순위 접수자(2035명)보다 50%나 많다. 9일 접수를 받은 ‘한양수자인 구리역’에도 1ㆍ2순위 접수자(990명)보다 4배나 많은 4000여명이 몰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은 접수 지역 요건이 수도권 거주자여서 상대적으로 넓고,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도 당첨될 수 있어서 1순위 자격이 없는 수요자가 많이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집에서도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이 한명씩 각자 청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주택자는 집 사기를 포기하고, 다주택자는 주워담는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정부는 청약제도를 무주택 실수요자가 1순위를 갖고 우선 당첨될 수 있도록 설정해뒀지만, 정작 그로 인해 당첨된 무주택자들은 분양가가 너무 부담돼 계약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미계약 물량은 1순위 청약자격이 없는 다주택자들이 몰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시장에서 집을 매각하는 대신 증여 등을 통해 버티기를 하고 있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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