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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주요지역 주택시장 긴급진단] 거래절벽에 멈춰선 집값…“있는 사람들 문의는 더 늘었어요”
재건축 ‘미래가치’에 관심 여전
마포, 거래 ‘기지개’ 매도호가 고수
목동, 보유자 추가매수 ‘장기전’
잠실, 급매·특매매 등 가격 조정
강남·서초, 매도-매수 눈치싸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의 공인중개사 단지. [양영경 기자/y2k@]

“얼마 전에 국제전화로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 나온 거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장난전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뉴욕에서 일하는 사업가로 손녀를 위해 아파트를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다른 교포 분은 보지도 않고 매입을 결정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A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지난해 정부의 9ㆍ13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모든 것이 멈췄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긴 침체에 빠져 있다. 주택 매매는 물론 상가와 오피스텔 거래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 밑바닥도 통계처럼 얼어붙어 있을까. 헤럴드경제 부동산팀이 서울 각지의 현장을 돌며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7개월째 이어져 온 거래절벽은 여전했지만, 재건축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지금이 살 기회’라고 판단한 일부 자산가들이 매수 시점을 저울질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 ‘기지개’ 켜는 마포, ‘요지부동’ 목동= 마포구는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으로 불리며 지난해 서울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이다. 마포에서도 3710가구가 몰려있는 성산시영은 노원구 월계시영(3930가구)과 함께 현재 강북 재건축 아파트를 대표하는 곳으로 주목돼 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일 현재, 4월 마포구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25건이다. 3월 한 달 동안 5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1.5배 가까이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성산시영 근방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 대표는 “요즘 평일에도 하루 3~4명 이상 집을 보러 오는데 확실히 지난달 말부터 문의가 늘었다”면서 “이쪽 단지가 좀 살아나면서 인근 재건축 아파트가 아닌 지역에 대한 문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급매 중심으로 계속 물량이 소화되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매물들도 더이상 호가를 내리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존 시세와 비슷하게 매물을 내놓은 어떤 분은 기존 호가에서 500만원도 깎지 않겠다고 해서 거래가 중단된 적도 있다. 아무래도 현재가 저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면 한강 건너에 위치한 양천구의 경우 거래절벽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2단지와 3단지 사이에 위치한 C부동산 관계자는 “매매도 문의도 뚝 끊긴 상태”라며 “모 단지는 지난달 통틀어서 단 1건 매매만 거래됐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D공인중개사는 “목동 아파트의 경우에는 오히려 기존 아파트 보유자 분들이 추가로 매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몇몇 이슈에 흔들리기보다는 재건축 등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특매매’ 나온 송파 잠실, 매물 소진 후 소강= 강남권은 최근 침체된 부동산 분위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엘ㆍ리ㆍ트’(잠실엘스ㆍ잠실리센츠ㆍ트리지움)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잠실새내역 인근 상가에 자리한 공인중개업소 10여곳 중 2곳 정도에서만 대면 또는 전화상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동산들은 저마다 빨간 글씨로 ‘급매’, ‘특매매’가 있다는 내용의 매매가격표를 내걸고 있었다. 기존 가격에 ‘X자’를 긋고, 그 아래로 더 내린 매물 가격을 적은 경우도 몇몇 포착됐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부터 올해 초까지 거래절벽이 이어지다가 지난달부터 급매물이 소진되고 또다시 거래가 주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가 지난 5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송파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05% 올랐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남은 매물의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공인중개사 D씨는 “지난달 이후 잠실엘스 매물은 59㎡ 6개, 84㎡ 8~9개, 잠실리센츠는 84㎡가 7~8개 정도 팔렸다. 대부분 고점보다 2억원 이상 낮은 가격대이고, 현재 그 가격대는 없다”며 “연말까지 팔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거나 새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집을 내놨고, 매수하는 사람들은 2년 전에 집을 팔았는데 그때 팔았던 가격으로 돌아오니 다시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이전에 거래가 활발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인중개사 E씨는 “예전에는 매물이 10개 정도 팔리면 값이 올라가면서 거래가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은 싼 매물만 빠지고 그보다 가격이 있는 매물만 남은 상태에서 거래가 멈췄다”며 “선뜻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자료에서는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한 주 새 0.62% 상승,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5개월여만에 0.05% 오르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F씨는 “공시가격 발표 이후 생각보다는 안올랐다고 생각해서인지 전용 76㎡ 16억대에 나왔던 매물들이 다 팔렸고, 지금은 17억4000만~18억원짜리 매물만 남았다”며 “다른 매수자들도 또 16억원대만 찾다 보니 또 거래가 주춤하다.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끝나고 확정되는 4월 말이 지나야 분위기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대장주 밀집’ 강남ㆍ서초, 눈치싸움 치열= 강남구 개포동의 재건축 후발주자인 개포주공 5·6·7단지에서도 급매물은 매수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받은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상와 대화를 나누는 30분 사이에도 “이 가격에 매수할 수 있냐”, “재건축 이주시기는 언제냐”는 등의 전화 문의가 잇달아 들어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파악한 이달 매매건수는 약 4건이다. 전용 53㎡의 시세는 13~14억원대인데, 급매로 형성된 12억원대 전후 매물은 소진됐다. 공인중개사 G씨는 “지난주 전용 53㎡ 1층, 11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아침에 나오자마자 저녁에 거래가 성사됐다”며 “한동안 문의조차 없다가 외부 부동산에서도 얼마짜리 매물이 있냐는 문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H씨는 “관심이 싼 매물에만 쏠리고 있다. 일단 나오면 열흘 안에는 팔리는 것 같다”며 “특히 53㎡의 경우 전세를 끼고 8~9억원이면 손에 쥘 수 있어서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반면 서초구 반포동 3대 대장주 아파트(반포자이ㆍ래미안퍼스티지ㆍ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매매보다는 공시가격에 대한 전화문의가 줄을 이었다. 급매라고 할 정도의 싼 가격의 매물이 없어 여전히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전언이다. 오히려 대형 면적인 전용 194㎡에서는 올해 초 신고가(35억5000만원)이 나오기도 했다.

반포자이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기(반포) 사는 사람들은 근방에만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인근에 좋은 매물 나오면 자식이나 손주 생각을 먼저 하신다는 분들이 많다. 가격보다는 제대로 된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지난해 중순만 해도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집도 안 보고 살 정도로 매물이 없었다가 지난달부터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고점 대비 1~2억원 떨어진 수준이지만 싸다고 할 정도의 급매는 없다. 아직은 기싸움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양대근ㆍ양영경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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