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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은 옳았다"...인류, 블랙홀 관측 성공하다

  • 기사입력 2019-04-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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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 발표 104년만의 성과
-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 연결... 슈퍼컴퓨터 동원
- 프랑스 파리 카페에서 미국 뉴욕 신문기사 글자 보는 수준 분해능

이번에 관측한 M87.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출처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리는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게 됐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을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냈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 박사)

SF영화 등에서 상상력으로만 그려 오던 블랙홀을 직접 관측한 이미지가 과학사 최초로 공개됐다.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 설명으로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이 착안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처음 제시된 1915년 이후 직접 증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4년만의 성과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M87(Vir A*)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이미지를 발표했다.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1광년은 9조4600㎞다.)

블랙홀이라고 하면 보통 검은 구멍을 떠올린다. 블랙홀을 직접 본 사람은 없고 블랙홀을 직접 볼 수도 없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해 버려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인터스텔라’나 과학책 등에 등장하는 블랙홀 그림은 모두 이론 계산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였다.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관찰에 의한 결과가 아닌, 인간의 사고만으로 촉발된 과학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이론이었던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블랙홀

연구진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으로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지대인 사건의 지평선을 간접적으로 촬영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을 지나는 빛도 휘게 만드는데, 이 왜곡된 빛들이 블랙홀을 비춰 윤곽을 드러나게 한다. 이날 발표된 이미지도 이 윤곽인 ‘블랙홀 그림자’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

관측을 위해 세계 13개 천문학 연구기관이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지름만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전에 없던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이다.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데,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의 공간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관측은 2017년 4월부터 시작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매일 밤 망원경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만 100만 기가바이트(GB)에 달했다. 물리학, 천문학의 실험 데이터 양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전체 데이터의 양은 4만 명이 평생 촬영하는 셀카 사진의 양과 같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자인 미국 애리조나 대학 디미트리오스 살티스는 이날 “5년 전만 해도 망원경에 1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연구 방향을 정하는 데는 지난 2016년 발표된 허블망원경 영상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M87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내뿜는 플라즈마의 제트 현상이 담겼다. 이날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이 현상을 확인하면서 M87 중심에 초거대 블랙홀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공개된 M87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내뿜는 플라즈마 제트 현상. 이번 연구의 핵심 단서가 됐다. [출처=NASA]

이후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분석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가 활용됐다. 그 결과 M87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은 약 400억km이며 검게 보이는 블랙홀의 그림자 크기는 약 1000억㎞라는 점이 밝혀졌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이사회 구성원이자 동아시아관측소 소장인 폴호는 이날 “우리는 이번 관측결과들을 시공간의 휘어짐, 초고온으로 가열된 물질과 강한 자기장을 포함하는 물리학적 컴퓨터 모델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관측된 영상의 다양한 특징들이 우리의 이론적인 예측과 놀라울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블랙홀 질량 측정을 포함한 우리 관측결과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번 연구에 활용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 대학의 하이노 팔크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블랙홀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되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 것이다”고 밝혔다.

해당 관측 결과는 이날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 바람난과학 인스타그램(@science.baram)에서 연재 뒷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질문에 과학으로 답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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