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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보잉-EU 에어버스-中 항공굴기…항공기전쟁 ‘삼국지’
中, 에어버스 300대구매 ‘장군’
美, EU에 110억弗 관세 ‘멍군’
항공산업 경쟁→무역 전면전
‘관세맨 트럼프’ 美언론도 우려


보잉사의 737맥스 생산조립라인 모습.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전쟁이 기정사실화됐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EU제품에 11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U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항공기 제조업이 피해를 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에 EU의 보조금 문제를 제기했고 끝내 지난해 5월 보잉사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보조금 때문이란 보고서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이로 인해 112억 달러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EU는 WTO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 조정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관세 부과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이 불공정 관행 저지르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연방 법률이다. 지난해엔 이 법률을 토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USTR은 WTO가 최종 피해액을 확정하면 즉시 관세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여름이면 피해 금액에 대한 WTO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케케묵은 WTO제소 사건을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미국 제조업, 특히 항공 산업의 위기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잉사는 ‘베스트셀러’인 737맥스(Max)가 두 차례 추락사고를 겪으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분기 737 맥스 주문이 95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심지어 지난달엔 단 한대도 신규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각국이 737맥스 운항중단 조치를 취하는데다 추락사고와 관련해 각종 소송에도 휘말리고 있어 천문학적인 손실이 우려된다.

JP모건은 “보잉이 매달 12억 달러(약 1조37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사이 중국은 에어버스 제작 항공기 300여대를 구매하겠다고 밝히며 미국의 아픈 곳을 찔렀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737맥스 운항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중국이었다. 동시에 중국은 2021년까지 중형항공기 C919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등 ‘항공굴기’(起)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항공 산업을 놓고 EUㆍ중국과 얼굴을 붉히는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꺼내든 것은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다운 행동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관세 표적 대상으로 항공기, 항공기 부품 등은 물론 농축수산물까지 망라했다. 시작은 보잉과 에어버스 간 경쟁이었지만 사실상 EU에 전면적인 시장 개방을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멕시코, 캐나다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이 영원히 무역전쟁에 갇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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