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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전국 명당 233곳은 어디? 서유구가 쓴 집터 백과사전 ‘상택지’
풍석은 살 곳을 고를 때 가장 으뜸으로 지리를 꼽았다. 이어 생업조건을 따졌다. 지리가 비록 좋아도 생업 조건이 부족하면 오래 살 수 없고, 생업 조건이 비록 좋아도 지리가 나쁘면 오래 살 수 없다고 봤다. 사진은 양주일대의 명당.

‘집은 왼쪽으로는 흐르는 물이 있어야 하니, 이를 ‘청룡(靑龍)’이라 한다. 오른쪽으로는 긴 길이 있어야 하니, 이를 ‘백호(白虎)’라 한다. 집 앞에는 연못이 있어야 하니, 이를 ‘주작(朱雀)’이라 한다. 집 뒤에는 언덕이 있어야 하니, 이를 ‘현무(玄武)’라 한다. 이러한 곳이 가장 귀한 땅이다. 만약에 이러한 형상이 없으면 흉하다.’

조선후기 실용적 학문을 추구했던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 중 집터 고르기를 다룬 ‘상택지(相宅志)’는 명당을 이렇게 규정했다. 풍석은 이런 형상을 찾지못할 경우, 나무를 심어 사상(四象)을 대신하는 법도 일러준다. 주택 왼쪽에 흐르는 물이 없으면 동쪽에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심고, 오른쪽에 긴 길이 없으면 서쪽에 치자나무와 느릅나무를, 앞에 연못이 없으면 남쪽에 매화나무와 대추나무를 심고, 뒤에 구릉이 없다면, 북쪽에 내나무(능금의 일종)와 살구나무를 심으라고 권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풍석은 전국의 명당 총 233곳을 찾아내 소개했다. 조선 시대에 소개된 명당 중 최대의 양이다. 


‘주거선택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상택지’가 임원경제연구소(번역 이동인ㆍ정명현ㆍ민철기 외)에서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이번 완역본은 자세한 표점과 교감기가 달린 한문 원문도 함께 실어 대조해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지리적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와 삽화, 사진을 싣고, 총 275점의 고지도와 현대 지도에 살기 좋은 명당들을 표시했다.

풍석이 명당으로 꼽은 곳은 경기 82곳, 충청 56곳, 강원 42곳, 경상 25곳, 전라 17곳, 황해 5곳, 평안 3곳, 함경 3곳 등이다. 명당이 경기도와 충청도에 집중된 건 사대부가 발탁됐을 때곧장 관직에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그 중 경기도 양주 수락산 아래 누원촌(樓院村)은 샘물과 바위의 경치가 빼어나고 서울의 동쪽 요충지를 차지해 가게와 객사가 줄지어 있다며, 도성과 가까워 그곳에서 나오는 똥거름을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흙이 비록 척박하지만 농사를 지을 만하다고 소개했다.

도봉산 아래 망해촌에 대해 풍석은 “바위와 골짜기가 그윽하면서 고요하고 샘물과 바위가 맑아서 진실로 아름다운 경치”라고 평했다.

살 곳을 고르는 기준은 지리가 으뜸이었다. 그 다음이 생업 조건, 인심, 산수 순이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낙토(樂土)로 치지 않았다.

풍석은 집을 지으려 계획할 때, 살 곳을 급하게 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먼저 터를 잘 살핀 뒤 선택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반드시 살 곳 근처에 수십 집이 있어서 도적이 재물을 훔치는 일을 경계하고, 물난리와 화재 때 도움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마을을 이룰 때 사람들의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말을 모질게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라는 것. 이 경우 우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계한다.

풍석문화재단과 임원경제연구소는 ‘상택지’에 이어, ‘가정경제 백과사전’인 ‘예규지(倪圭志)’를 4월 중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임원경제지’는 총 67권의 규모로 2023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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