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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가 성(性)과 관련된 범죄로 난리다.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에 대한 새로운 소식들은 국민을 매우 놀라게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나 반도체 경기 침체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성범죄 사건들에 완전히 묻혔다.

작금의 성범죄 사건들의 심각성은 국가기관이 사건의 은폐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데에 있다. 피해자가 고소나 탄원서를 통해서 국가기관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무혐의로 사건이 종료됐다. 특히 김학의 사건은 여성대통령이었던 시절에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가기관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우리 사회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우울한 통계가 발표됐다. 바로 우리나라 장례 인구추계 통계다. 당초 2029년으로 예측됐던 인구 자연 감소가 10년이나 앞당겨지면 올해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2016년에 발표된 인구 추계에는 2018년도 합계출산율을 1.22명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에 그쳤다. 불과 2년 후의 예측도 크게 빗나간 것이다. 100년 후인 2117년에는 인구가 20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예측도 합계출산율이 1.27명을 유지하고 외국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지금과 같이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 더욱 우울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울한 시대에 그래도 우리를 안심시키는 역사적 교훈도 있다. 바로 미래 예측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멜서스의 인구론이다. 영국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토마스 로버트 멜서스는 1882년 ‘인구론’이라는 경제학 책을 출간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가까운 미래에 식량고갈 때문에 인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멜서스의 예측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 중심에는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의 진보가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식량생산을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 일인당 소득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 국가는 식량 생산이 소비량 보다 많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60년대 쌀 생산량의 부족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현재는 쌀의 재고가 넘쳐서 관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멜서스는 기술진보의 위력을 과소평가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울한 예측이 틀린 경우는 석유고갈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류는 엄청난 양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어 한정된 석유 매장량은 빠르게 고갈될 것이며,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이 석유고갈론의 요지이다.

1939년에는 미국 내무부는 앞으로 13년간만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1970년 미국의 대통령은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의 석유가 고갈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모든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석유고갈에 대한 예측이 틀린 이유도 바로 기술의 진보 때문이다. 석유매장량은 198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980년에는 석유매장량이 6433억배럴으로 추정했지만2015년에는 석유매장량은 1조 6627억배럴에 달했다. 1980년에 비해 2.5배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매장량 증가의 일등 공신은 바로 셰일오일의 발견이다. 기술의 발달로 석유의 탐사 및 채굴이 쉬워져서 과거에는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원유도 현재는 채굴이 가능해졌다.

인구론이나 석유고갈론이 해프닝으로 끝난 배경에는 기술의 진보라는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존재한다. 작금의 인구고갈론도 30년 후에 엉터리 예측으로 회자되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지금부터 경주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가기관의 재정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 여성이, 산모가, 어머니가 차별 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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