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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여행 - 멜버른 더 메트로폴리탄 골프클럽]벙커 103개…면도날 벙커 엣지 ‘명물’ 사라센 1936년 호주오픈 우승 ‘그 곳’

호주 골프 여행에서 딱 한 지역만 골라야 한다면 그곳은 멜버른이어야 한다. 멜버른 주변에는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 곳이 7곳이나 있다. 로열멜버른을 비롯해 킹스턴히스, 빅토리아, 세인트앤드류스비치 그리고 더내셔널 무나 코스 등이 있고, 거기에 더 메트로폴리탄(The Metropolitan)골프클럽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멜버른에서 남쪽으로 20여 ㎞ 거리의 ‘샌드벨트(Sandbelt)’라 불리는 해안 내륙 지대에 몰려 있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모래가 쌓여 단단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 형성되었다. 스코틀랜드 해안 링크스의 남반구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바닷가가 아닌 것만 다를 뿐이다. 덕분에 빠르고 볼이 잘 구르는 잔디와 면도날같은 벙커벽을 가진 샌드벨트 코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통의 명문 메트로폴리탄에서는 2011년에 클럽 회원과 함께 플레이를 했다. 이 회원제 골프장의 규정상 비회원이 예약을 원할 경우, 회원이 방문객을 지명하고 함께 플레이해야 한다. 8년전에 동반 라운드했던 회원은 1927년생으로 가톨릭 사제 출신이었는데 만 84세였다. 늦게 골프를 배워 60세에 핸디캡 9가 되었다는 그는 18홀 내내 함께 걸으며 플레이했다. 골프 규칙은 물론 벙커 정리와 같은 에티겟을 완벽하게 지켰다. ‘여기가 바로 골프 선진국이구나’ 싶었다.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잡지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서 57위에 오른 명문 코스다.

메트로폴리탄은 로열 멜버른에서 북동쪽으로 10여 ㎞ 거리 오클리에 자리한 명문 골프 클럽이다. 클럽의 역사를 거슬러가면 로열멜버른과 뿌리를 같이 한다.

1891년 멜버른 시내에서 결성된 호주 최초의 멜버른GC는 1901년 일부 멤버가 로열멜버른으로 옮겨 가자, 남은 회원들이 클럽 이름을 콜필드GC로 바꾸고 1906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2년 후 이 새로운 코스에서 플레이를 시작하면서 더 메트로폴리탄GC로 이름지은 것이다.

코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벙커다. 사이프러스포인트와 오거스타내셔널을 설계했다는 앨리스터 맥킨지의 영향은 여기에서도 확인된다. 원래 JB 맥킨지라는 현지 설계가의 설계 작품이었는데, 1926년에 멜버른을 방문한 앨리스터 맥킨지가 이곳을 찾아 조언하면서 그 의견이 반영되었다. 103개나 되는 벙커의 수도 의미심장하지만, 그린에서 바로 떨어지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벙커 엣지가 메트로폴리탄의 전매 특허가 되었다.

메트로폴리탄은 호주에서 열린 골프 대회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0년부터 7번의 호주오픈, 5번의 호주 PGA챔피언십, 10번의 프로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말에는 이곳에서 격년제로 열리는 제 59회 월드컵골프가 치러졌다. 한국은 안병훈과 김시우가 한 팀으로 나가서 공동 6위로 마치기도 했다.

메트로폴리탄은 수 많은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지만, 특히 진 사라센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여긴다. 1934년 센테너리 토너먼트가 이곳에서 열렸는데, 남반구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골프 대회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월터 헤이건, 보비 존스와 함께 당대를 주름잡던 사라센은 코스를 맘에 들어하며 ‘헤엄을 쳐서라도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1936년 호주 오픈에 참가해 우승했다.

그 해 34세이던 사라센은 인생을 즐기기로 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는데 호주오픈도 5개월의 세계 일주 크루즈를 타고 호주에 잠시 들러 우승한 것이었다고 한다. 골프 코스와 라운드를 사랑하고 돈을 벌었던 참 멋진 인생이었다. 풀카트를 끌면서 한국에서 온 골퍼에게도 좋은 매너와 에티켓을 몸소 보여준 84세 노 회원의 인생도 그러했으리라 싶다.

[사진ㆍ글=백상현 화이트파인 대표, 골프 여행가]

*이 글은 필자의 사이트 <톱100골프트레블 (top100golftravel.com)>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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