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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아트바젤 홍콩③] 빌딩 숲 사이로 이어지는 아트로드…놓치면 아쉬울 전시 6선
-데이비드 알트메드ㆍ쩡판즈 큐레이팅 3인전 등
-해외 중요작가 첫 개인전ㆍ기획전 ‘눈길’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선보인 데이비드 알트메드전.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헤럴드경제(홍콩)=이한빛 기자]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사이 홍콩은 미술 애호가들의 집합장소로 변한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는 컨벤션센터 밖, 갤러리 전시장으로까지 관객들을 이끈다. 관람객 8만명이 몰리는 아트바젤 홍콩의 후광효과다.

홍콩의 주요 갤러리를 도는 ‘아트로드’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대부분 센트럴에 집중돼 있다. 다만 워낙 관람객이 많다보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건물 밖까지 길게 줄을 서는 일은 다반사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해 걸어 내려오며 전시장을 관람하는 것이 편하다.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그러나 중요한 작가의 전시를 헤럴드경제가 모아봤다.

화이트큐브, 데이비드 알트메드=중국농업은행 빌딩 1~2층에 자리한 화이트큐브 갤러리는 캐나다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있는 데이비드 알트메드(45)의 개인전 ‘더 바이브레이팅 맨(The Vibrating Man)’을 개최한다. 여러 개의 눈, 여러 개의 코, 여러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 등 알트메드의 조각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남자는 제목처럼 덜덜덜 떨리는 듯, 잔상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작가의 말 처럼 ‘기괴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맛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엔 벽을 파는 손 조각이 자리잡았다. 하얀 회벽을 파는 손은 벽 넘어 무엇을 찾는지, 도망가려는지 그저 절실하기만 하다. 담배를 태우는 어떤 이의 두상도 눈길을 끈다. 내뿜는 연기가 눈, 머리, 코 가릴 것 없이 나오며 공중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익숙한 이미지들이나 기괴하다. 실물크기의 조각은 비현실적으로 현실적이다. 작가는 “가짜와 진짜, 현실과 상상, 생물과 무생물 등 다양한 상반된 요소가 섞여 서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긴장감은 곧 에너지를 내뿜는다. 조각에서 이같은 에너지가 넘쳐날 때,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어 살아난다”고 했다. 홍콩에서의 첫 개인전이며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가고시안 갤러리에선 `세잔, 모란디 그리고 산유`전이 열린다. 중국 유명작가 쩡판즈가 큐레이팅 했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가고시안, 쩡판즈 큐레이팅 3인전 = 페더빌딩 7층에 위치한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는 독특한 3인전이 열리고 있다. ‘세잔, 모란디 그리고 산유’라는 제목의 전시는 중국 유명작가 쩡판즈(曾梵志ㆍ55)가 큐레이팅했다. “회화는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관찰이란, 말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에 기초한다”는 쩡판즈는 “세잔, 모란디 그리고 산유의 작업은 회화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작업을 하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서문에 썼다.

전시에서는 세잔과 모란디, 산유의 작업을 나란히 병치하며 ‘회화’에 대한 각 작가의 시각과 기획자의 애정을 드러낸다. 세잔은 독특한 형태와 색상에 대한 연구로 이전 시대 작가들과 전혀 다른 작업을 선보였다. 그의 형태에 대한 연구는 큐비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모란디는 이러한 세잔의 기법을 더욱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평행선과 탈색된 듯 연한 색상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산유는 세잔과 모란디의 기법과 비슷하지만 좀 더 동양적인 표현방식을 차용했다. 꽃병에서 생을 다한 시들어가는 꽃다발이 주는 공허한 감정이 흑백의 회화에서 잘 살아난다. 쩡판지의 말 대로 ‘눈으로 관찰하는’ 전시다. 5월 11일까지.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선 프랑스출신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열린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하우저앤워스, 루이스 부르주아= 아트특화빌딩인 H퀸즈 17층과 16층에 위치한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는 루이스 브루주아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인 루이스 브루주아는 20세기 가장 주목받은 조각가 중 한 명이다. 사실 그의 작업은 편안하지 않다. 삶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관계에 초점을 맞춰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출한다. 특히 연인사이의 외로움과 좌절 등 극도의 고통과 공허함이 작업 전반에 흐른다. 특유의 여성성이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심금을 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을 비롯 렌티큘러 작업이 소개됐다. 보는 방향에 따라 평면에서 3D로 변환되는 렌티큘러 작업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지난 가을 상하이 롱뮤지엄에서의 대대적 회고전에 출품된 작업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다. 5월 11일까지.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는 독일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작가 레오 라우흐의 개인전을 연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데이비드즈워너, 레오 라우흐=같은 건물 5~6층에는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가 독일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작가 레오 라우흐(60)의 전시를 선보인다. 아시아에서 첫 개인전이다. 레오의 작업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면서도 표현주의적 양식을 도입, 독특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통일되면서 사회를 일구는 노동자에서 소비자로 전환,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급격한 변화 등 그의 작업은 독일 사회의 문제를 담아낸다는 평을 받는다. ‘프로파간다’를 제목으로 하는 이번 전시엔 작가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톡특한 회화가 여러점 나왔다. 화면안에 담긴 다양한 군상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괴물이 나에겐 수호 천사일 수 있다. 아시아 첫 전시를 기념해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유명한 다니엘 켈만의 단편을 담은 도록도 출간됐다. 5월 4일까지. 
타이퀀 컨템포러리, The violence of gender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타이퀀 컨템포러리, ‘성의 폭력’=10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역사적 문화재인 타이퀀(옛 교도소)에서는 ‘성의 폭력(the violence of gender)’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MMK미술관이 참여한 전시는 큐레이터 수잔 프페퍼가 기획했다. 동진링, 안네 임호프, 라파엘라 보겔 등 11명(팀)작가가 참여, 반대 성에 대한 폭력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설치, 영상, 회화등을 통해 작가들은 폭력성의 구조를 까발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안적 상황으로 갈 수 있음을 유머러스하게, 환상적으로 또한 아프게 제시한다. ‘18세 미만은 전시 관람을 권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을 붙일 정도로 폭력적이고 외설적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성범죄들을 떠올려 본다면 전시장 안의 폭력성은 찻잔 속 태풍처럼 느껴진다. 4월 8일까지.

전시도 흥미롭지만 10년간 헤리티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인에게 개방된 타이퀀 자체도 볼거리다. 전시장, 고급 레스토랑, 상점이 입점하며 주요 관광스폿으로 등극했다. 타이퀀을 둘러싼 현대적 건물은 스위스 건축 듀오인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건축했다. 
노구치 포 단 보, 엠플러스 파빌리온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엠플러스, 노구치 포 단 보=몇 차례 완공이 늦어지며 202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홍콩 구룡반도에 자리한 문화복합단지 엠플러스에서는 ‘노구치 포 단 보: 카운터포인트’전이 진행중이다. ‘엠플러스 파빌리온’으로 명명된 이곳은 임시 전시장이지만 미술관측은 “우리는 이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의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노구치 포 단 보’는 일본계 미국 조각가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인 이사무 노구치(1904~1988)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계 덴마크 작가인 단 보(44)의 2인전이다. 엠플러스와 뉴욕 노구치 미술관의 협력으로 전시가 성사됐다. 아시아인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이도, 배경도, 문화도 전혀 달라 작업의 결이 대척점에 설 정도다. 다만, 상업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보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작가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노구치는 ‘어떤 재료 혹은 특정한 생각을 아무런 장애 없이 공간속으로 옮겨 놓는 것이 조각’이라고 말할정도로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작업을 선보인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50년대 일본을 방문하고 뽕나무와 대나무를 재료로 한 조명 ‘아카리(Akari)’를 만드는데, 이를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반면, 단 보는 베트남 전쟁으로 4살부터 바다에 내몰려 보트피플로 살았다. 덴마크 선원에게 극적으로 구조돼 덴마크에서 난민으로 삶을 시작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덴마크관 작가로 지난해 구겐하임뮤지엄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전, 종교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선이 굵고 날카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4월 22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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