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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사청문회 무용론…충분한 이유있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참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 무용론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그럴만도 하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현 정권이 제시한 인사 배제 기준에서 자유로운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상태라면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될 후보는 거의 없을 듯싶다. 하지만 청와대는 늘 그랬듯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이런 악순환을 계속 반복할 거면 인사청문회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태도가 문제다. 청문회는 거쳐가는 요식절차에 불과하니 당일 하루만 바짝 엎드려 소나기를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니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사과청문회라는 비아냥이 나도는 것이다. 실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투기성 아파트 투자와 편법 꼼수 증여에 등에 대해 무려 20차례가 넘는 사과 발언을 했다. 지역구 내 재개발 ‘딱지’를 사들여 16억원의 차액을 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고위 공직을 맡겠다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태를 저지르고도 입에 발린 잘못했다는 말 몇 마디면 끝이다. 잘못에 대한 사후 조치나 개선 약속을 하는 후보자는 여태 보지 못했다. 잠시만 참고 넘기면 장관 자리에 앉을 것인데,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후보자의 말 바꾸기도 마찬가지다. 청문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학자적 양심도, 소신도 일시 감추고 과거 발언을 뒤집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오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청문회에서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태연히 말했다. 한번 말을 바꾼 사람은 두 번, 세 번 또 바꾸게 마련이다. 장관에 임명된다면 그 때 가서 어떻게 표변할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청문회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책 역량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야당 위원들은 역량 검증은 뒷전이고 후보자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고, 여당 위원들은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할 뿐이다. 후보자를 상대로 민원성 질의를 하는 한심한 위원들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당장 이번부터라도 청문회를 통해 심대한 도덕적 흠결이 드러났다고 판단되는 후보자는 과감히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청문회 위상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대대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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