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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경 영장 기각] 靑 향하던 檢 수사, 법원서 급제동…‘관행 인정’이 키포인트
-‘물갈이 인사’, ‘낙하산 인사’ 등 모두 ‘관행’
-공직자 윤리법의 취지에 예외로 봐
-현정권 ‘윗선’ 겨냥하던 검찰수사는 ‘타격’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는 김은경(62) 전 환경부 장관.[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를 여러가지 제시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관행 인정’ 부분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키 위한 국무위원 등의 역할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행으로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향하던 검찰 수사는 급제동이 걸렸다. 당장 수사 시기를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입에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난항에 봉착했다. 검찰이 ‘김학의 수사’를 덮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까지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 ‘정치 수사’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26일 새벽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긴 설명을 보탰다. 통상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발부와 기각을 결정하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특히 법원이 밝힌 설명 가운데 ‘관행’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은 눈에 띈다. 과거 정권에서도 통상적으로 해왔던 사안이란 점을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로 원용한 것이다.

영장을 심리한 서울 동부지법 박정길 부장판사는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이나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한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은 장시간 동안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장관이 작성한 ‘블랙 리스트’가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한 검찰의 판단과는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영장을 청구한 측인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달랐기에 영장 기각은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사법부의 이런 판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향후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소환 일정을 조율중이었고, 신 비서관의 직속상관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법부의 영장 기각 판단엔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에 대한 폭과 범위에 대한 판단도 간접적으로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사퇴 동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물갈이’를 종용한 김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해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포괄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또 법원은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에 덧붙였다.

검찰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당장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장 항고제가 없는 대한민국 사법 체계상 김 전 장관에 대한 새로운 혐의를 검찰이 밝혀내지 못할 경우 영장 재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했던 검찰의 수사란 점에서 부담이 큰 수사를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자칫 검찰 조직에 해를 끼치는 영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장 정치권에선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 차원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경찰에 떼어 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검찰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법원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교체 인사를 두고 쉽사리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검찰로서는 향후 다른 피의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권 내 비판의 목소리도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영장청구 직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번 영장청구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 인사 권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감을 표했다.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과거 정권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검찰은 왜 과거에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노골적인 임기제 공무원의 축출이 ‘불법’이 아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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