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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정남쪽, 동백꽃 이고 득량만 품은 아름다운 고장 ‘장흥’
국내 최대 동백 자생지 ‘천관산 동백림’ 만개 직전 장관
천관산 억불산 등 풍광좋은 산과 득량만 등 경관 수려 

기네스북에 오른 천관산 동백숲

[헤럴드경제(장흥)=김성진 기자] 3월 하순에 접어드는 남도의 봄이라면 산과 들에 봄기운이 가득해야 할텐데 불청객 꽃샘추위는 어김없이 이맘때 찾아든다. 전라남도 장흥을 찾았던 날은 때아닌 봄 추위가 매섭게 심술을 부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실감케 했다. 일기예보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 사람들은 때아닌 옷깃을 여미며 떨기 바빴다.

하지만 조금만 둘러봐도 볼 거리가 다양하고 식욕을 돋구는 먹거리가 가득한 고장, 장흥을 둘러보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장흥은 사실 주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이름값(?)’이 조금 밀린다. 가까이는 보성 강진을 비롯해 조금 떨어진 순천 화순 해남 등 외지인들도 들으면 바로 이미지를 떠올리는 지역들이 주위에 많은 것도 한몫한다. ‘장흥 간다’면 경기도 장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화려한 별칭도, 내로라하는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유를 갖고 둘러보면 곳곳에 아기자기한 풍광과 볼 거리가 선물처럼 나타나는 곳이 장흥이다.

▶피어나고 떨어지고 ‘붉은 보석’ 동백이 부른다…천관산, 묵촌마을

국내 최대의 동백나무 자생숲이 장흥에 있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천관산 동백숲이 그곳이다. 천관산은 봉우리마다 지라한 기암괴석이 마치 하늘을 다스리는 천자의 왕관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제주도의 봉화불 신호를 받아 내륙으로 알려준 봉수대가 주봉인 연대봉에 남아있다.

천관산의 가장 큰 자랑은 동백과 억새다. 봄이면 기네스북에 단일수종으로 자생된 가장 큰 숲으로 올라있는 동백숲이 천지를 붉게 물들이고, 가을에는 연대봉에서 환희대에 이르는 40만평에 펼쳐진 억새평원이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지금은 동백이 만개하기 직전. 3월말에서 4월초가 되면 수령 100~300년에 이르는 동백나무 2만여그루가 일제히 붉은 동백을 눈이 시리도록 피워낸다. 전망대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도 머리 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붉은 전구를 온통 켜놓은 듯한 동백에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동백숲은 80여년 전까지만해도 동백나무로 숯을 굽던 가마터가 7개 있었다고 할 만큼 동백이 자라는 곳이다. 흔히 참나무로 숯을 굽지만, 이곳엔 동백나무가 지천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의 동백나무들은 숯가마들이 자취를 감춘 뒤 자라기 시작한 ‘새끼나무들’로 수령 30~40년 정도라고 한다.

천관산 동백숲에서 머잖은 곳에 있는 묵촌마을 초입에는 140여그루의 인공 동백림이 조성되어 있는데 아는 사람들은 사진촬영 포인트로 많이 찾는 곳이다. 천관산보다 기온이 높은 탓인지 이곳에는 수명을 다해 떨어진 동백꽃들이 발밑에 가득했다. 

나무향 그득한 산책코스 편백나무 우드랜드

▶산 바다 늪지의 아름다움…편백나무 우드랜드, 소등섬, 신풍갈대습지


억불산 자락 100헥타르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인공적인 맛이 있지만 40년이 넘은 편백나무들이 죽죽 뻗어있는 숲길을 걷다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 산책로에는 계단이 없고 데크를 잘 깔아놓아 노인이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가족도 다닐 수 있다. 입구에 목재 문화 체험관을 둘러보거나, 편백소금 찜질방에서 땀을 빼는 것도 좋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휴양림 안에 있는 숙소에 묵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면 편백나무 숲이 주는 건강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일몰이 아름다운 소등섬

득량만으로 옮겨가 보면 조그만 바닷가에 남포마을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 바로 앞 바다에 조그마한 섬이 있다. 소등섬이다. 5분이면 한바퀴 돌아볼 만큼 작지만 크기에 비해 제법 운치있는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남정네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면 아낙네들이 이 섬에 등불을 켜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고 해서 소등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썰물이 되면 소등도까지 길이 열린다. 지금은 포장도 해놔서 물 빠진 직후에는 터덜터덜 섬에 들어가보기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소등도는 ‘포토존’으로 잘 알려져있다. 섬 뒤편으로 해가 넘어갈 때면 붉게 물든 바다와 소등도의 몇 그루 소나무가 멋진 장면을 연출해준다. 겨울에는 마을에서 굴 구이를 먹으며 일몰을 기다리면 제격이다. 

신풍갈대습지

유치면 신풍리에 조성된 신풍갈대습지는 지난 2004년 저수지 수질개선과 생물다양성 유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조성됐다. 바람에 휘청이는 갈대밭이 아름다운 곳이다. 산에 둥지를 튼 백로가 간간히 하늘을 맴돌아 쓸쓸한 풍경을 완성해준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를 낳은 문학의 고장

‘장흥에서 글 자랑 하지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장흥은 뛰어난 문인들이 많이 태어난 고장이기도 하다. ‘서편제’ ‘밀양’ ‘천년학’의 이청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생의 이면’ ‘에리 직톤의 초상’의 이승우 등이 장흥출신 문인들이다. 이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여러 편 나왔을 만큼 이들의 문학에는 남도, 장흥의 정서가 은근하면서도 또렷이 배어있다. 


이청준과 한승원의 발자취를 밟아보는 ‘이청준 한승원 문학길’ 투어(12.5㎞)는 이들의 작품에 매료됐던 이들이라면 한번쯤 거쳐볼 만하다. 한승원이 젊은 시절을 보낸 넓바우포구에서 출발해 한승원 생가와 회령진성을 지나고 선학동마을과 이청준 생가를 둘러본 뒤 이청준 묘소에 이르는 코스다. 도보도 좋고, 택시나 승용차로도 가능하다.


▶시내 한가운데 교도소 세트장?…드라마 영화 촬영 메카 떠오른 ‘장흥교도소’


장흥에는 군청 코앞에 교도소가 있다. 외곽으로 새 교도소를 지은 뒤 이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구 교도소 건물만 남아 있지만 조금은 의외다. 군청관계자는 “장흥교도소에는 초범이나 출소를 앞둔 모범수들이 주로 수용돼 도심에 건립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요즘 드라마와 영화에서 교도소 장면을 촬영할때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은 서대문형무소나 익산의 세트장에서 주로 찍었으나 이곳은 실제로 교도소로 쓰인 곳이라 리얼리티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화제를 모았던 ‘슬기로운 깜빵생활’은 이곳을 9개월간 빌려 찍었으며, 영화 ‘프리즌’,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도 이곳에서 촬영했거나 촬영중이라고. 수감동 안에는 독방, 혼실, 작은 운동장, 면회실 등이 을씨년 모습으로 남아 있다.

촬영지로 대여하면서 들어오는 수입도 적지않다는 귀띔한다.

그리 아름다운 곳은 아닐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곳이고 접근성도 좋아 투어코스로도 활용될 수 있을 듯하다. 장흥군은 현재 이 시설을 자산공사로부터 매입해 보수 정비하고 체험관, 기념관, 문학관 등을 만들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양 3보림 ‘보림사’

이밖에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리는 가지산 보림사. 득량만 너머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는 정남진 전망대, 드라이브코스로 인기있는 탐진강, 볼 거리 먹거리가 푸짐한 토요시장, 태국의 송크란을 떠올리게 하는 물축제(7월) 등도 기억해 놓을 만하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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