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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먼 파워’ 2019 베니스…그 안에 한국 여성들
이전 비엔날레보다 여성 많아
국가관 남녀작가비율 비슷 ‘처음’

본전시에 이불·아니카 이·강서경
한국관도 정은영 등 모두가 여성


이불, Untitled (Willing To Be Vulnerable - Velvet #6 DDRG24OC), 2017 [PKM갤러리 제공]

‘미투(me tooㆍ나도 말할 수 있다)’열풍의 상륙인 걸까.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 것일까.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여성’으로 물든다.

랄프 루고프 2019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은 최근 올해 참여작가 명단을 공개했다. 전체 79명(팀)이 이름을 올렸으며, 여성작가 참여율이 여느 해보다 높은 것도 눈에 띈다. 물론 랄프 루고프 감독은 ‘부수적 현상’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국가관 작가들의 비율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파올로 바라타 베니스비엔날레 대표는 사상 최초로 올해 국가관 작가 남녀비율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한국관과 본전시 참여 한국작가들 모두 여성이다. 본전시에는 이불(55), 아니카 이(48), 강서경(42) 등 세 명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 전시는 정은영,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이 참여하며 김현진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한국 미술계에서 여성 작가들의 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반증인지, 아니면 아트리뷰가 선정한 ‘2018년 세계 예술계를 움직인 파워 100인’ 중 3위에 랭크된 ‘me too’의 힘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본전시 참여작가 이불 [PKM갤러리 제공]

1999년 한국관 작가로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이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 3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철수 과정에서 나온 철조망을 활용한 조형물을 선보일 예정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강서경, Land Sand Strand, 2012-2019, Partial installation view [국제갤러리 제공]

강서경 작가는 두 작품을 선보인다. 아르세날레 전시장엔 회화ㆍ설치ㆍ퍼포먼스ㆍ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rand)’ 연작을, 자르디니 이탈리아관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그랜드마더 타워’를 설치한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하는 제인 진 카이젠(왼쪽부터), 정은영 작가, 김현진 감독, 남화연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관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를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김현진 감독은 “역사에 굴종하지 않고, 균열과 분투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주체가 주인공”이라며 “지난 세기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에서 감춰지고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 대상이었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 주체로 조명하려 한다”고 했다.

남화연 작업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코스모폴리탄 안무가’ 최승희(1911∼1967)를 전시장으로 불러낸다. 작가는 최승희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식민과 냉전, 근대화, 국가주의를 벗어나려 한 근대 여성의 삶과 예술을 재구성한다.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여성국극을 10여년간 조명한 정은영은 2세대 배우 이등우의 삶을 기록하면서 트렌스젠더 전자음악가 키라라 등 퀴어공연 계보를 잇는 퍼포머 4명의 공연 미학을 조명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에서 자란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 설화를 차용했다. 부모를 위해 희생된 딸이 부모를 구하고 신이 되는 내용의 설화는 동아시아 근대화가 야기한 문제를 반성하고 이를 탈주하는 가능성의 신화로 해석된다.

한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을 주제로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린다. 중국 명대 말기 문학자인 펑멍룽의 저서에 나오는 ‘난세에 사람으로 살기보다 태평기에 개가 낫다(寧太平犬,不做亂世人)’에서 차용한 영문 속담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중국엔 이같은 격언이 없다. 일종의 ‘가짜 뉴스(fake news)’인 셈이다. 위기의 연속인 ‘가짜 뉴스’의 시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이를 대해야할지 흥미롭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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