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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공시가제도 30년 최대 위기…마사지 말고, 기준 공개하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금 오른다는 소식에 호의적일 것 없는 여론이 가뜩이나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데 하나둘 크고 작은 오류가 속출하면서 꼬투리가 잡혔다. ‘공시가격 현실화의 원년’이라는 2019년이 역설적이게도 공시제도 30년 역사상 최대 위기의 해로 기록될 판이다.

현재 공시가격을 둘러싼 비판의 핵심은 ‘세금폭탄론’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 기준 역대 두번째로 높은 14.17%나 오르고, 많게는 40%나 오른 단지가 있어 세 부담이 갑자기 많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일부의 사례를 과장한 측면이 있다. 서울 공동주택 247만여 가구 중 53%인 131만 가구는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다. 이 경우 세액 인상이 연간 5%로 제한되기 때문에 재산세가 많이 올라야 2만8800원(공시가 3억원 기준) 오른다. 또 공동주택 중 30%인 74만 가구는 3억~6억 이하다. 이 경우도 세액 인상이 연간 10%로 제한돼 재산세가 15만원도 채 오르지 않는다. 서울 기준 83%, 전국 기준 96%는 세금이 떨어지거나, 오르더라도 연간 15만원 이하다.

나머지 4%의 목소리도 외면해서는 안되지만 집값 상승액이 훨씬 크기 때문에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세금폭탄’ 수준의 부담이라면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물로 내놓는 양이 늘어나야 하는데 시장에선 전혀 그러한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은 “버틸만하다”며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식에게 증여를 하거나 임대사업 등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공시가격의 인상 수준이 아니라 인상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표준지, 표준단독주택,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 “현재 아파트 현실화율 68.1%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대원칙만 제시했을 뿐 개별 부동산의 공시가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산출됐는지에 대해 함구해 의혹만 키우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춰 책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마사지(공시가를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뜻의 은어)’하는 구태까지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 책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가주택만 시세반영률을 올리는 방식으로 현실화했다며 스스로 이러한 의혹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가격대별로 시세반영률 기준을 어떻게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이 없으며, 앞으로 어떻게 형평성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밝히고 있지 않다.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은 결과는 참혹하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작은 면적 가구가 큰 면적 가구보다 가격이 높은 사례가 줄이어 나오고 있다. 단지별 시세반영률 격차도 현격하다. 제대로된 산정 근거와 기준을 제시했다면 1338만호나 되는 공동주택의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오류라 이해해줄 법도 하지만, 원칙을 제시하지 않으니 이해를 할 수 있는 논리가 서지 않는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치의 기준점이다. 이런저런 정치적ㆍ경제적 고려로 ‘마사지’하다가는 현실화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공시가격 제도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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