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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면접관’에 60분간 평가 받아보니…“표정도 포착 지원자 심리도 읽어”

  • 기사입력 2019-03-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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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성격 가진 220명분 ‘AI 면접관’
30여개 부문에 걸쳐 직무역량 판단
답변 맥락·뉘앙스까지는 파악 못해

AI 면접관에게 60분간 평가를 받았다.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를 무지 썼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살아 있으면 보게 되리라(Qui vivra verra)’는 프랑스 속담이 절로 떠올랐다. 아직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을 벌써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13일 기자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마이다스아이티에서 인공지능(AI) 면접관을 생애 처음으로 마주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220명의 AI 면접관이 모니터 너머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해 기자의 30여 개 역량을 판단했다. 단 1시간 만에 말이다.

AI 면접관은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AI 면접 프로그램인 ‘인에어(inAIR)’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유니클로, 일동제약, 한미약품, 3M,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현재 100여 개 기업이 올 상반기 채용 단계에서 ‘인에어’를 사용한다. 국내 AI 면접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프로그램이다.

AI 면접은 회사가 지정한 면접 기한 내에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 취업 커뮤니티에서 ‘집에서 면접을 받던 도중 반려견이 짖었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온 모습이 녹화됐다’ 등 후기를 봤던 터라 아무도 없는 컴퓨터실에 앉아 면접을 치렀다. AI 면접관이 면접 복장까지 구분해 평가를 내리진 않지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라운드넥 니트를 입었다.

먼저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AI 면접 프로그램인 ‘인에어’에 접속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렌즈가 안면을 읽고 마이크가 음성을 인식하자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은 기본 질문, 인성검사, 상황 제시형 질문, 게임, 지원자 맞춤 질문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자기소개, 지원 동기, 성격 장단점으로 구성된 기본 질문이 주어졌다. 답변 시간은 1분. 답변 전에는 ‘생각시간’ 30초가 주어지는데 모니터 속 모니터 속 숫자가 ‘30’에서 ‘0’이 되자 실제 면접처럼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후 지원자의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한 140개의 문항이 화면에 떴다. 가령 ‘단순한 업무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업무를 맡았을 때 더 즐겁다’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그런 편이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중 한 개를 시간 내 빠르게 선택하는 식이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에게 불리하다’, ‘나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는다면 거짓말 할 수 있다’ 등 기존 인성검사와 매우 유사한 질문이 주어졌다. 다른 점이라면 이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추후 지원자 맞춤 질문이 제시된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상황 제시형 질문은 ‘당신은 행사 관리자다. 행사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초청되는데 이 사실을 안 친구가 자기를 몰래 행사장에 입장시켜줄 수 없느냐고 부탁한다. 친구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하겠는가’였다. AI 면접관은 실제 친구에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대답하라고 했다. 지금부터 나는 연기가 빼어난 배우다. 마음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사람이 아닌 카메라 렌즈와의 문답인데도, 나도 모르게 허공에 각종 수신호를 해가며 대답하게 됐다. 간단하게 대답하고 보니 답변시간이 30초나 남았다. 조금 무성의해보이려나 싶어 “오랜만에 밥이나 같이 먹자. 시간 언제가 편해?”라고 덧붙인 뒤 ‘답변 제출’ 버튼을 눌렀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과 진땀이 났다.

지원자가 좌충우돌 하는 사이 AI 면접관은 지원자 얼굴의 근육 포인트 68개를 포착해 표정을 분석한다. 무의식적으로 짓는 미세한 표정까지도 잡아낸다. 목소리의 높낮이, 빠르기, 크기도 파악한다. 손 제스처를 얼마나 쓰는지도 기록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표정과 목소리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다만 아직은 AI 면접관이 지원자가 한 답변의 맥락이나 뉘앙스까지는 완벽히 파악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 음성은 텍스트로 변환돼 분석되는 기술(STT)이 프로그램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키워드 중심으로 논리적인 답변을 구사해야 했다. 긍정 또는 부정적 어휘 사용 빈도와 주관적 또는 객관적 단어 사용 빈도가 분석되는 만큼 평소 자주 말하는 단어와 목소리 톤에도 신경써야 했다.

AI 면접 결과가 분석된 화면 [출처 마이다스아이티]

이어 지원자의 행동 반응을 측정하는 게임이 진행됐다. ▷얼굴 사진을 보고 8가지 감정 맞히기 ▷최소한의 이동 횟수 구하기 ▷여러 사물을 무게 순으로 나열하기 ▷N번째 도형과 같은 도형 맞히기 ▷색상과 단어의 조합 맞히기 등 모두 다섯 가지였다. 단순한 게임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기억력과 사고력 같은 인지 기능을 주관하는 전전두엽의 능력이 측정됐다.

게임이 끝나자 AI 면접의 마지막 단계인 지원자 맞춤 질문이 주어졌다. AI 면접관은 나에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소 사회 비판적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지’ 등에 대해 물었다. AI 면접관이 가지고 있는 이같은 심층 구조화 질문만 300여 개에 이르는데 내달 중 300여 개의 질문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백가지의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원칙과 기준이 정리돼 있어야만 했다.

AI 면접관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도 없었고 피곤해하지도 않았다. 가령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를 선호하는 등 인간 면접관이 가질 수 있는 편견도 없다. AI 면접관의 남은 숙제는 어떻게 인간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가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지금까지 AI 면접관은 뇌신경 연구 논문 및 측정 방법론 450여 편을 학습했다. 성별, 학력, 전공 등에 따른 차별을 방지와 정확한 역량의 추정을 위해 19만 명의 응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5만2000명의 기준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 우수 면접관과 심리학 전문가, 47개 기업을 대상으로 120여 명의 인사 전문가들이 특정 성향의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학습했고 국내 기업 재직자 중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데이터를 학습해 그들의 패턴도 분석했다.

모니터에 달린 렌즈를 바라보며 주어진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내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인간은 인간을 잘 평가할 수 있는가. 어떻게 보면 AI 면접이 말하는 건 기술이 아닌 인간일지도 모른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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