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로비 [대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상가를 분양하면서 공간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기둥의 존재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상가건물의 임차인 김모 씨 등 3명이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분양받은 상가 정중앙에 기둥이 있어 불편을 겪던 김 씨는 계약 해지는 물론 이미 납입한 분양대금과 이에 대한 법정이자를 반환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상가 모서리에 큰 기둥 2개가 위치해 상당 면적을 차지하는 박모 씨와 고모씨의 경우는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 등은 2015년 전주 효자동 내 상가건물을 각각 분양받았다. 김 씨는 6억2460만원, 박 씨와 고 씨는 함께 5억30만원을 분양대금으로 모두 납입했다. 이후 2016년 분양받은 상가를 확인하며, 상가 정중앙 등에 기둥이 위치하고, 건물 공용으로 쓰이는 소방전과 환기구가 이들 상가 내외부에 위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주택조합을 상대로 ‘기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릴 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 했다’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택조합이 기둥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김 씨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주택조합 측은 상가 내에 기둥이 설치된다는 것은 별도 설명 없이도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고, 설계도면에 기둥을 기호로 표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둥이나 환풍구 존재를 알았다면 김 씨가 적어도 이 가격으로는 상가를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의성실의 원칙상 김 씨에게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씨와 함께 소송을 낸 박모 씨의 경우 상가 내부에 기둥 2개가 있었지만, 양쪽 벽면 모서리에 설치돼 공간 활용에 큰 제약이 발생하지는 않는 점이 감안돼 분양대금의 10%만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가 구조가 잘못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종종 있지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사례는 드물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창천의 박건호 변호사는 “앞으로 주택조합이나 분양대행사들은 상가 내 기둥, 환풍구 등 주요 시설물의 존재와 위치 등에 대해 명백히 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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