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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은 하락 공시가는 상승…조세 반발 우려
공동주택 공시가 예정안 논란
강북 84㎡도 속속 9억 초과
1주택자도 종부세 대상으로

2019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서울 강북의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도 9억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주택면적형’인 강북 84㎡가 9억원을 초과했다는 것은 종합부동산세가 더 이상 소수의 자산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님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내 집 장만해 거주하는 비용이 시나브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국토교통부가 14일 공개한 2019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안에 따르면,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종로구 경희궁자이 84㎡의 공시가는 최소 8억8800만원에서 최고 9억8400만원에 책정돼 9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가 책정됐다. 9억원은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기준선이다. 일부 초호화 고급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가 이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아파트는 심지어 59㎡ 공시가도 최고 8억2400만원에 책정돼 9억원 턱밑까지 왔다.

마포ㆍ용산ㆍ성동구(이른바 ‘마용성’) 등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에서도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용산구에서는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84㎡가 9억9200만원으로 지난해(7억9500만원)에 비해 25% 가량 뛰었다. 성동구에서는 옥수래미안리버젠 84㎡가 8억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마포구에서는 래미안 웰스트림이 7억4700만원에서 9억1200만원으로 22% 뛰었다. 모두 한강변에 위치한 것들이다.

아직 9억원을 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넘어설 것을 예고한 아파트들도 즐비하다.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작년보다 26% 올라 최고 8억6400만원이 됐고, 성동구의 왕십리센트라스는 30%가 올라 8억4000만원이 됐다.

마용성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16~17%나 올라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보다 상승률이 높다. 강북 지역의 공시가격이 이처럼 많이 오른 것은 지난해 강남 집값을 따라잡으려고 뒤늦게 오르는 이른바 ‘갭(Gapㆍ가격격차) 메우기’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용산(9.78%), 마포(9.31%), 성동(7.69%) 등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강남 지역이 적게 오른 것도 아니다. 강남3구의 공시가는 강남이 15.92%, 서초 16.02% , 송파 14.01%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의 대장주인 엘스는 대표적인 소형 면적형인 59㎡가 최고 9억2000만원(작년 8억2400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59㎡가 9억원을 넘긴 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일부 고가 아파트에만 해당했던 일이다.

이에 공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 14만여호에서 올해 22만여호로 50% 이상 늘었다. 물론 전체 1339만호에 비해서는 일부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려 하고 있고, 서울 집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값이 9억원을 넘기게 되면 1주택 실수요자라도 재산세가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종부세까지 물어야 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사에 따르면 옥수래미안리버젠 84㎡의 경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지난해 220만원에서 올해는 272만원으로 23% 가량 늘어난다. 집값 오른 것을 생각하면 올해 상승한 정도는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4~5년새 보유세가 두배로 뛰었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의 경우 당초 세웠던 것보다 지출 계획을 더 높여야 한다. 집을 구입하려 계획 중인 사람 역시 달라진 비용부담 때문에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거래절벽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9.13 대책 이후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가 상승하게 되면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 아직은 하락 수준이 크지 않지만 보유세 고지서를 실제로 받아보게 되는 하반기까지 집값이 추가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집값에 비해 세부담이 과도하다 느낄 여지가 있다.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조직화하기 쉽다는 점에서 반발의 강도는 토지나 단독주택에 비해 더 클 수 있다.

반면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충격을 줄이고 공시가를 현실화하기 적합한 골든타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집값은 물론, 풍부한 입주물량으로 인해 전월세 시장까지 안정돼 있기 때문에 공시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 증가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힘들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 역시 보유세 상승에 우호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달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다주택자나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에 대해 모든 연령대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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