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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멋진 해결방안을 기대했는데…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투쟁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접었다. 보육대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유치원은 정상화되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 갈등이 매듭지어진 과정을 보면 찜찜하다.

사립유치원 문제는 작년 10월 국회에서 비리가 폭로되면서 시작되었다. 국고보조가 포함된 유치원 운영비로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가방을 사고 친척들을 고용(?)하여 월급을 주는 등 원장들의 일탈행위가 알려지면서 ‘손을 봐야’한다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들은 운영이 힘들다, 폐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해 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국회에, 심지어 길거리에 나서서 외치면서 갈등은 시작되었다.

정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유치원 운영과 제도정비를 위한 유치원 관련 3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을 찾아가고 쪼개기 후원금을 내는 등 동조세력 규합에 나섰다. 그동안 관계부처와 유치원 단체들이 얼굴을 맞댔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서로 자기 목소리만 높여왔다.

몇 달을 허송하고 급기야 경찰, 시청, 교육청까지 동원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이라는 기관을 병풍삼아 우격다짐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급한 불은 껐다. 그래도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답답한 것은 정부가 주도한 갈등 해결 방법이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판박이냐 하는 점이다. 시간도 충분했고 전문가들도 많은데 고작 이런 방법 밖에 없었느냐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갈등해결은 충돌하는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평화롭고 원만하게 봉합하고 숙성시켜야 한다.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는 태도가 으뜸이라는 점은 기본 중 기본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뿐만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되는 모든 것을 풀기위해 직접 만나고 제3자를 내세워 중재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각각 다른 곳에서 아니면 다른 곳을 향해 소리를 내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분쟁이나 갈등 조정(해결)은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통해서 시작되고 완결된다. 상대방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를 축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이 어떤 것인지를 논의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지나야 한다. 고집스레 자기 이익이나 주장에 집착하면 합의는 공염불이다. 이번의 경우 정부가 힘으로 밀어 붙여 어정쩡하게 봉합되었지만 앙금은 남아있다.

유치원 측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유치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해결한 정부도 마뜩치 않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안하다가 일이 코앞에 닥치자 허둥지둥 쉬운 방법을 택한 양쪽을 보면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삶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한다. 다음을 위해 차근차근 문제를 정리, 정돈해야 하는데 흐지부지 끝났다. 학기 초 초조했던 학부모들만 불쌍하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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