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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원가공개가 잘못된 진단인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형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보면 본부와 가맹점주가 서로 의무와 책임을 지는 구조다. ‘갑을 관계’가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아닌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이 어느새 ‘갑과 을’의 프레임에 갇혀버린 현실에 대한 토로였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차액가맹금 공개가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프랜차이즈의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라는 유례없는 방침을 세웠다. 차액가맹금이란 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 가격에서 본부가 사들인 가격을 뺀 차액을 말한다. 본부가 마진을 통해 벌어들이는 가맹금이라고 해서 ‘차액가맹금’이라는 법적 용어가 붙었다.

이에 따라 연매출 5000만원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차액가맹금을 비롯해 주요 품목 공급가격의 상ㆍ하한선, 관련 상품ㆍ용역, 경제적 이익의 내용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헌법소원과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크게 반발했다. 당장 오는 4월까지 정보공개서 제출을 앞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영업 비밀 노출 위험이 크며 재산권을 침해ㆍ제한하는 사항”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마진 공개를 통해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며, 로열티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죽이기”라는 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차액가맹금은 본부의 주요 수입원으로, 이를 공개한다는 것은 본부의 이윤 구조를 밝히는 영업 비밀 노출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공정위 조사 결과, 차액가맹금을 받고 있는 가맹본부는 94%에 달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대부분은 가맹점의 매출에 따라 본부가 로열티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 로열티는 일부 혹은 아예 받지 않고 납품하는 식자재에 마진을 붙여 이윤을 남기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액가맹금을 공개하겠다는 공정위의 접근은 모든 사업의 본질인 합법적인 이윤 추구를 부정하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 비밀을 받아봄으로써 예비창업주들에 대한 정보제공과 기업 활동 감시를 이루겠다는 발상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한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원가 공개는 아주 심각한 사안으로, 개인들에게 사생활 동선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같은 원재료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불만을 품은 가맹점주가 이후 탈퇴할 수도 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식자재 마진을 통한 이윤이 모두 본부의 주머니로 가는 것도 아니다. 본부가 유통마진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입 모두를 회사 순익이라 볼 수 없다.

본부와 가맹점주의 ‘상생’이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도 결국 상생없는 기업에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마진만으로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해버린다면 프랜차이즈로서는 사업을 운영할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상생’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본부와 가맹점간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의 악순환을 만들 여지도 크다.

일괄적인 원가와 이윤 수준을 강요할 경우 시장을 왜곡하는 모순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지난 2010년 ‘통큰치킨’으로 촉발된 치킨 가격 공방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롯데마트는 프랜차이즈 대비 절반 가격의 치킨을 내놓으며 그동안 치킨집이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스스로 원가를 공개하며 ‘대형마트는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역마진으로 팔 수 있지만 단순히 가격 비교만으로 치킨집이 폭리를 취한다고 보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제품 경쟁력을 높여 3000원을 남기면 부당한 것이고, 초저가 전략으로 역마진을 감당하며 1000원을 남기면 미덕이 된 것이다.

그간 오너 갑질, 통행세 및 폭리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어온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단이 필요한 시점은 맞다. 하지만 일부 프랜차이즈가 보인 비상식적 행위로 업계 전체를 진단한다면 성급한 오진이 나오게 마련이다.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는 ‘상생’을 화두로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 차액가맹금 공개라는 기계적 접근이 아닌 현장의 움직임에 주목한 진단이 절실한 때다. 

이유정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 기자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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