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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여성 홀로살이①] 육아는 오롯이 엄마 몫?…저소득 한부모 가족 80%는 母子 가정
- 서울 한부모가정 12%는 저소득…전체 저소득 비중의 4배
- 싱글맘 가계소득 싱글대디의 절반…40%가 임대주택서 거주
- “아이 돌보느라 일자리는 알바, 식당 일”, 취업교육 늘려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둘째 아이가 청각장애가 있어서 인공와우수술을 해주기 위해 집을 팔았어요. 수술 뒤에도 언어 치료에 매주 40~50분씩 한번에 4만5000원이 필요했어요. 재활 치료에 돈이 드니 알바 뛰고 식당 일도 했지만, 아이 돌볼 시간이 빠듯해 결국 그만둬야했죠.”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사는 권건희(56)씨는 지난 13년 간 홀로 두 아이를 키운 ‘싱글맘’이다. 권씨는 그가 활동하는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 회원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대개 경제적으로 곤란한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 탈수급자 등이다.

요즘엔 ‘싱글맘’임을 당당히 커밍아웃하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여성이 늘어가고 있지만, 싱글맘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더욱이 전업주부였다가 이혼이나 사별 뒤 생계에 뛰어든 여성은 고정적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고 양육 부담은 배가돼 소득 최하위계층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실제 서울에 사는 한부모가정 10가구 중 1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가정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한부모 가정은 2017년에 30만9868가구로, 전체 가구(398만4850가구)의 7.8%를 차지한다. 이 중 저소득가정이 3만6178가구로, 11.7%.에 이른다. 한부모 중 저소득의 비중은 전체 시 인구(985만7426명) 대비 기초생활수급대상(26만4227명)의 비율(2.7%)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싱글대디’ 보단 ‘싱글맘’이 더 경제적으로 취약하다. 2018년 기준 저소득 한부모 가정 3만4824가구 중 모자(母子) 가정이 77.7%(2만7061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어 부자(父子) 가정(19.5%), 24세 미만이 양육자인 청소년모자(1.3%), 청소년 부자(0.2%) 등의 순이다.

모자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주거 상태, 소득 수준으로도 확인된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이 2017년 한부모 526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의 근로소득은 월 평균 126만원으로 남성(25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 평균 가구 소득 역시 여성(148만6700원)이 남성(287만610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부모 가정의 자가 주택 거주 비율은 15.2%로 낮았다. 임대주택이 31.6%로 가장 많고, 전세(18.3%), 월세(17.1%), 사택ㆍ친정집 등 무상(11.0%) 순이었다. 그 중 임대주택은 여성(41.5%)이 전세는 남성(36.4%)이 많았다.

경제위기는 가족ㆍ사회와의 관계 단절, 건강 악화 등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김영정 서울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여성 한부모는 생계유지와 돌봄을 혼자 해결해야하므로 시간이 부족하고, 특히 원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반면 남성 한부모는 사별인 경우 장모가 아이를 양육하고, 이혼해도 아이를 본가에 맡기므로 자신만의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권씨 역시 “주변 싱글맘을 보면 가정 살림이 어렵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고, 우울증을 겪고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권씨가 속한 한부모 희망 자조모임은 독거노인에게 밑반찬 배달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회와의 연대감을 유지하고 삶의 의욕도 되살리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노르웨이는 한부모에게 자녀돌봄휴가기간을 양부모 대비 2배로 주고, 스웨덴은 남녀에게 각각 주는 육아휴직을 한부모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양육수당이나 아이가 아플때 쓰는 휴가 등 한부모 지원이 촘촘하다”며 “한부모 여성의 소득을 국가 지원액이 필요없을 정도로 크게 높이려면,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취업교육 등 기회를 늘리고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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