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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첫 영리병원 무산위기…더 멀어진 의료산업화의 길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주녹지국제병원이 개원도 하기 전에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이 병원이 정식 개원해야 할 법적 시한인 3월4일을 넘겨 제주도가 5일부터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의료법에는 허가를 받은 뒤 3개월 내에 개원을 하지 못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문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는 그야말로 절차에 불과할 뿐 큰 의미는 없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시작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한 달 뒤면 취소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이 허가 취소 수순에 들어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영리병원은 잘 운영하면 얼마든지 부가가치 높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우리의 의료기술을 활용해 해외 의료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할 때만 해도 영리병원 설립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한데 그 기대감은 석 달만에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녹지병원 파동은 우리 사회가 영리병원에 대해 얼마나 닫힌 사고를 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리병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내 의료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시민사회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녹지병원이 2015년 보건당국으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아 다시 활기를 띠는 듯했으나 결국 제주에서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 또한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로 대표되는 시민단체의 극렬한 저항에 밀려난 셈이다. 20년 가까이 되도록 영리병원 논란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꼴이 됐다.

건강보험을 토대로 하는 우리의 공공의료 시스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리병원이 문을 연다고 무너질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설령 운영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공공의료 시스템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얼마든지 수습할 힘이 우리에게는 있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한다. 의료의 산업화가 멀어지면 우리의 미래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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