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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WHO, 3월부터 유전자 편집 가이드라인 만든다
- WHO, “유전자 편집 가이드라인 만들 것”
- 헌법재판소 재판관, 미국 과학진흥협회장 위원회 공동 좌장
- 내달 18일 첫 회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심장 질환 가능성 99%, 예상 수명 30.2년.’

1998년 개봉한 앤드루 니콜 감독의 할리우드 과학소설(SF) 영화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 프리만 이야기다. 유전자 ‘디자인’이 일상이 된 세상에 태어난 주인공은 단 한 방울의 혈액 검사로 이같은 참혹한 운명의 진단을 받아야 했다. 태생적으로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흠이 있는 사람은 ‘소수자’로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세상. 더 이상 영화 속 세상이 아니다.

2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달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전자 편집과 관련한 윤리적, 사회적, 법률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위원회를 꾸리고 첫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가 탄생하면서 유전자 교정 아이의 출산에 필요한 조건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다만 이번 계획의 성격을 최근 논란이 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의 실험에 직접적인 대응 차원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WHO는 설명했다.

WHO는 관련 학자를 비롯해 WHO의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1년간 분과별로 논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위원 선임을 비롯한 위원회 기획 및 운영은 에드윈 캐머런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마가렛 햄버그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회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AP]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유전자 편집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분명한 가이드라인 없이 실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빅터 드자우 미국 의학한림원 회장도 이 자리에서 “우리는 자연 진화의 속도와 능력을 뛰어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도구를 손에 넣었다”며 “그런데 배아, 정자, 난자의 DNA를 영구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과학 윤리적으로 어떤 단계의 실험을 말하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해석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전자가 편집된 쌍둥이 여아들의 출생은 기존의 가이드라인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논의의 핵심은 인간 생식세포와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편집이란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 일부 DNA를 삭제, 교정 또는 삽입해서 염기서열을 재구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런데 정자 난자를 비롯한 생식세포와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은 미래세대에 대한 영향을 배제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인간이라는 종을 개량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의미다.

이는 비단 인간 유전자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유전자 편집에 의한 종의 복원이나 멸종을 포함해 비자연적 선택과 인위적인 돌연변이를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시도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가이드라인을 위한 모든 논의는 인간의 진화를 꼭 조절해야 하는가 등 당위성부터 시작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류 최초로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킨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는 연구를 위해 윤리 검토 서류를 위조해 지난 2017년 3월 부부 8쌍을 모집했다. 당시 유전자 맞춤형 아기를 임신하는데 성공한 부부는 2쌍으로, 이미 태어난 루루와 나나 외 다른 부부의 태아도 현재 임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계획대로라면 올해 8월 세 번째 유전자 맞춤형 아기가 탄생한다. 현재 그는 중국 공안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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