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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부동산 시장의 ‘스카이캐슬’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최고급 빌라 ‘스카이캐슬’ 안에 사는 사람들이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그렸다.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던 만큼 극중 배역의 말투나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게 화제였다.

‘스카이캐슬’은 교육문제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게 많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사람들이 왜 그리 몰리는지,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아파트가 어떻게 생겨 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국내 A기업 임원인 김모 전무는 최근 한강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를 매입했다. 주변에선 너무 많이 올라 비싸게 사는 거 아니냐며 우려했지만, 김 전무는 너무 만족스럽다. 청담동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출퇴근이나 생활환경 등에서 특별히 불편할 건 없었다. 하지만 동료 임원들이나 대학 동기들을 만나면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강남 생활이나, 강남 아파트값에 대한 주제가 늘 대화의 단골 주제였는데 끼어들 수 없었다. 결국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한 김 전무는 요즘 마음이 편하다. 그는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냥 강남에 사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파노플리 효과’라는 게 있다. 1980년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화학자인 장 보드리아드가 만든 개념이다. 보드리야르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엔 그 사람의 이상적 자아가 반영된다고 봤다. 인간은 누구나 명품 브랜드로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는 같은 상품 소비자로 예상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에르메스, 사넬 , 꾸찌, 롤렉스 시계 등 명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이런 명품의 주요 소비 계층과 동급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 열풍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계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강남에 모여들면 자신도 강남에 집을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만약 이런 소비 패턴에서 멀어지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든 강남에 입성해야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 만족감이 생긴다.

비슷한 사례는 주변에 무수히 많다. 대구에서 한의원을 개업해 운영하는 이모 원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아파트를 샀다. 주변에선 단기간 내 급등한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권했지만 이 원장은 결국 매입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대구 수성구에 진입을 못하면 영원히 못 들어갈 것 같아서다. 그에겐 자금여력이 생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었다. 그는 최고가에 매입한 것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앞으론 더 이상 거주 지역을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잘한 선택이라며 만족하고 있다.

‘군중히스테리현상’으로도 이런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집단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 겪게 되는 감정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파돼 동시에 똑같은 경험을 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특정 집단에 들어가야 마음에 위안을 받고 성공했다고 느끼는 심리적인 상태가 ‘최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캐슬’을 만들고 싶어 한다. 특정 대학, 특정 회사, 특정 동호회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속한 조직과 자신을 분리하지 않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캐슬에서 만족과 안정을 찾는다. 집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 선호도가 높게 형성되면서 특정 아파트 단지, 특정 브랜드를 매수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자들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강화된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이렇게 선호도가 형성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전세계 어느 도시든 미국의 ‘비버리힐스’ 같은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 있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에 ‘스카이캐슬’은 존재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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