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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의 양심(배리 골드워터 지음, 박종선 옮김, 열아홉)=우리의 보수는 반공과 국가개발주의로 성공을 거뒀지만 지금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기에 매달린 나머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정치인 배리 골드워터는 보수와 진보는 선악의 문제도, 옳고 그름도 아니며, 옛것과 새로움의 문제도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보수주의의 본질을 자유로 본다. 어떠한 형태로든 자유가 침해당하면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큰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시기 뉴딜정책과 아이젠하워로 이어지는 시기에 자유는 실종되고 보수주의의 몰락이 예견됐다. 그에 대한 처방을 담은 게 이 책으로, 저자는 보수주의의 원칙을 명확히 제시한다. 바로 개인의 자유, 시장경제, 작은 정부, 강력한 국방이다. 현 미국 보수주의의 기반이자 공화당 노선의 전범이다. “미국인 백만 명이 골드워터의 책을 주의깊게 읽는다면 이 나라 전체와 세계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러셀 커크의 평은 유명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카를로 M.치폴라 지음, 장문석 옮김, 미지북스)=폭력이 난무하고 동방과의 무역이 쇠퇴일로를 걷던 중세 암흑기, 은자 피에르가 프랑스에 살고 있었다. 후추를 너무 사랑했지만 마음껏 먹을 없다는 좌절감을 견디다 못한 그는 성지를 이슬람교도들의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동방과의 교통로를 다시 열어 후추를 유럽에 공급하고자 십자군 운동을 일으킨다. 다행히 십자군원정은 성공을 거뒀고 상업에 밝은 이탈리아인 덕에 후추무역은 성행했다. 후추는 화폐처럼 거래돼 금융업을 발전시키고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번 상인들은 막대한 헌금을 했다. 주교와 수도원장들은 엄청난 헌금을 대성당과 수도원을 짓는데 사용함으로써 유럽 전체에 승수효과를 일으켰다. 이탈리아 경제사학자 치폴라는 중세사를 ‘후추’로 단숨에 요약해낸다. 농담과 익살을 섞어 풀어나가는 서술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농담인지 헷갈리게 한다. 치폴라는 어리석은 인간과 어리석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 뒤, 어리석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 사회나 일정한 비율로 존재한다며,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잠재적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고 일갈한다. 유머와 위트로 드러내는 역사적 가설에 비판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날카롭고 유쾌하다.

퍼스트 러브(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해냄)=17세에 데뷔해 일본의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젊은 작가 시마모토 리오의 2018년 나오키상 수상작.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췃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은 미모의 아나운서 지망생 칸나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충격적 사건으로 시작된다. 화자인 유키는 임상 심리전문가로 출판사로부터 논픽션 집필 의뢰를 받고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작품의 저변에는 가장 가까운 이들, 가족이 겪는 상처와 아픔, 첫사랑의 상흔이 깔려 있다. 칸나의 아버지는 저명한 화가, 엄마는 그림 속 소녀 같은 전업주부로 얼핏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칸나느 성장한다. 아름다운 외모로 데생 교실의 모델이 되곤했던 칸나에게서 살인동기를 찾는 게 이상할 정도다. 소설은 인물들의 아픈 과거의 기억이 중첩되면서 결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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