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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 양판점 36개월 무이자할부 사라지나
정부 “마케팅 비용 줄여라” 압박
카드사 할부·캐시백 축소 움직임
소비자들 “애꿎은 우리에게 불똥”


에어컨을 미리 구매하기 위해 하이마트 대치점을 찾은 소비자가 에어컨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제공]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 양판점들이 카드사와 함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던 ‘36개월 무이자할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라고 압박하면서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당장 부담이 커져 가전제품을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 양판점들이 무이자할부나 캐시백(적립금) 등 공동 마케팅을 줄이는 방향으로 카드사와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처럼 직접 카드 수수료를 0.2~0.3%포인트 올리는 대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간 수백만 원대의 고가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양판점들은 무이자할부나 캐시백 등 카드사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왔다. 예를 들어 에어컨이 필요한 A씨가 299만원 상당의 제품을 사려고 하면, 양판점들은 제휴 카드로 결제를 유도해 5%의 청구할인과, 10만원의 캐시백을 돌려줬다. 여기에 무이자 할부기간을 30~36개월 등으로 확대했다. 이에 고객들은 300만원에 가까운 에어컨을 매달 7만6000원만 내면 살 수 있어 구매 선택의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올해 정부의 압박 때문에 수수료 조정과는 별도로 마케팅 비용을 10~20%가량 줄일 계획이다. 특히 양판점들은 수수료 인상을 유예하는 대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되면서 양판점의 이같은 소비자 혜택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무이자 기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입학ㆍ졸업ㆍ혼수시즌 등 양판점과 협업하는 공동 마케팅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이자 기간이 최대 36개월에서 6~12개월 등으로 급속히 줄면, 서민들 입장에선 고가의 전자제품 구매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에어컨을 구매한 A씨의 경우, 최대 무이자 기간이 12개월로 줄어들면 청구할인과 캐시백이 유지된다 해도 당장 이번 달부터 22만84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청구할인이나 캐시백도 동반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A씨의 부담은 24만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A씨 입장에선 당장 내야 하는 돈이 많아져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양판점 입장에서도 A씨 같은 소비자가 많아지면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의 특성상 할부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경영 환경이 안 좋은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1% 줄었고, 전자랜드는 3년째 매출 1조원 달성을 외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기간의 경우 트렌드가 있어 한번 축소하면 가까운 시간 내에 회복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라며 “정부 발표대로 마케팅 비용 상한선이 가맹점의 매출액에 따라 차등 적용되면 더욱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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